정열적인 태양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정열적인 태양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9.0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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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32]

▲ 해바라기.   ⓒ송홍선

해바라기는 중미 원산의 한해살이풀이다. 전체적으로 작은 털이 많다. 꽃은 노란빛으로 핀다. 활짝 핀 꽃은 마치 해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해바라기의 이름은 꽃이 해를 향해 피는 뜻의 한자어 ‘향일규(向日葵)'에서 유래하고 있다. 별칭도 태양풀, 페루의 태양꽃, 인디언의 태양꽃 등으로 대부분 정열적인 태양과 관련돼 있다.

한반도에서는 ‘물보(物譜)’에 해바라기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1700년대 이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기름생산 목적의 재배는 1963년에 처음으로 시작했으며, 그 후 해바라기 심기 장려운동까지 벌였으나 현재 관상용 이외의 기름생산 목적의 재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해바라기는 꽃이 크고 아름다우며 기후와 토양을 심하게 가리지 않으므로 세계 각지에서 관상용으로 널리 심고 있다. 약간 추운 지역에서는 사료용으로 재배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반도에서는 거의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다.

해바라기의 이용범위는 관상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상생활의 각종 재료에서부터 가축의 먹이로 이용되는 등 그 쓰임새는 실로 매우 넓다.

옛 문헌의 '만선식물'에는 해바라기씨를 날로 먹거나 기름으로 짜서 등유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에도 해바라기 기름은 음식에 넣거나 마가린, 와니스, 비누의 제조에 사용되며, 말라리아를 고치는 약을 만들 때에 이용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어린 꽃을 식초와 기름에 담갔다가 먹으며, 일부 인디언들은 꽃에서 염료를 뽑고 의식에 썼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해바라기의 꽃가루는 약용 이외에 영양식이나 미용식으로 널리 이용했다.

‘멜헨(marchen)'의 장에는 클레오파트라(Cleopatra)가 미용과 강장의 약으로 해바라기 꽃가루를 애용했단다. 이 기록에 따르면 클레오파트라는 해바라기 꽃가루를 모아 온몸에 바르고 살결의 노화를 방지함으로써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피부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향유에 꽃가루를 섞어 언제나 식탁에 상비해 두고 먹음으로써 건강을 지키고 분방(奔放)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해바라기 꽃가루는 그녀의 식탁에 반드시 갖추어져 있었던 식품이었다.

생각해보면 클레오파트라는 밀월 허니문(게르만족의 풍습으로 밀주를 마시며 둘만이 지내는 시간)동안에 해바라기 꽃가루의 밀주도 많이 마셨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시저(카이사르, Caesar)가 밀주를 장수의 묘약으로 여겼다는 일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클레오파트라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최후에는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지만, 그녀는 매일 해바라기 꽃가루를 먹고 피부에 발랐기 때문에 제일의 미모와 미성을 갖출 수 있었다.

해바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Apollon)을 사랑한 호수의 요정 크리티(Clytie)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아폴론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대로 꽃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크리티는 물위로 나왔다가 발이 해바라기의 뿌리로 변했고, 몸은 줄기가 됐으며, 머리는 꽃으로 변했던 것이다.

한편 고대 잉카의 신전에 지금도 남아 있는 조각에는 태양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성녀가 해바라기가 그려진 순금관이나 장신구를 몸에 두르고 있는 모습이 조각돼 있다. 이 해바라기의 그림과 조각은 잉카왕국 사람들이 최고의 신으로 숭배했던 태양을 상징한다. 잉카왕국 이후에 세워진 페루는 이 숭배사상을 이어 받아 해바라기를 국화로 정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 경모, 애모, 광휘, 믿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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