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기름의 원료였던 아주까리
머릿기름의 원료였던 아주까리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9.14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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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34]

 

▲아주까리.   ⓒ송홍선
아주까리는 흔히 피마자(蓖麻子)라 부른다.

원래부터 우리 땅에 자라던 것이 아니라 원산지의 열대지역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재배역사는 ‘향약집성방’에 용도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15세기에 생산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2차대전 중에는 일본이 군사목적으로 생산을 장려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재배면적이 3,000ha에 이르기도 했으나 현재 재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주까리는 높이가 2~3m까지 자라서 나무처럼 보인다. 잎몸은 크고 조각으로 갈라진 손바닥 모양이다.

인가주변에 심은 아주까리는 이렇듯 높이 자라고 잎몸이 크기 때문에 여름에 신선한 그늘을 만들었다. 그 그늘에서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개나 닭들이 더위를 달랬다.

넓적한 잎은 약간 데쳐서 밥을 싸 먹기도 했다. 겁이 많은 아낙네들은 미꾸라지나 물고기를 죽일 때에 그 잎을 이용했는데, 두 눈을 딱 감고 아주까리의 큰 잎으로 물고기를 싸고 주물러 죽였다. 잎은 누에의 사육에 이용하기도 했다.

▲아주까리 꽃.   ⓒ송홍선

꽃은 하나의 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달리는데, 진한 황토빛으로 여름에서 가을까지 수없이 피고진다. 옛 사람들은 아주까리의 꽃을 아름답다고 하여 무척 좋아했다. 이는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캐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곱다해도/ 동네방네 소문난 내 사랑만 하오리까’라는 ‘아리랑 목동’의 노랫말에서 알 수 있다.

열매는 겉에 가시모양의 것이 많고 완전히 익으면 3갈래진다. 종자는 그 속에 들어 있으며, 특유의 얼룩무늬가 있고, 기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아주까리기름은 독성물질의 리신(ricin)과 리시닌(ricinin)이 들어 있어 식용유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좋은 머릿기름이 없던 때에 아낙네들은 아주까리가 소중했다. 아주까리로 짠 기름이 자신들의 머리를 곱게 다듬어 주었기 때문이다.

아낙네들은 기름을 짜낼 종자를 얻기 위해 열매껍질을 벗기던 밤을 그리움이나 추억으로 간직하기도 했다. 아주까리 열매는 완전히 익기 전에 약간 마르면 따서 멍석에 널어 말렸다.

그리고 밤에 짬을 내어 껍질을 손톱으로 벗겨냈다. 아이들에게 시키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기 일쑤였다. 아주까리가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껍질 벗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리깨나 방망이로 두들겨 벗겨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아낙네들이 세심한 손으로 벗겨야 가능했다.

아주까리기름은 머릿기름 이외에도 등화용, 고급비누재료, 화장원료나 공업용 염료의 용매 그리고 기계의 윤활유나 인쇄용 잉크, 인주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지금은 아주까리기름보다 더 좋은 기름이 만들어져 이 기름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쓰였던 것이 아주까리기름이고, 아주까리 껍질을 벗기던 밤은 생활의 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또한 기름을 짜고 난 종자껍질의 유박은 주로 퇴비로 이용했다. 그리고 열매는 약한 독성이 있지만 설사, 소종(消腫) 등에 효능이 있어 약용했는데, 주로 변비를 비롯한 수종창만, 옹종, 임파선종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아주까리와 관련된 민속으로는 잉태한 아이의 유산을 방지하고 순산하기 위해 아주까리의 잎을 따서 방 네 귀퉁이에 붙였다가 바로 떼는 것이 있으며, 전라도에서는 뱀이 자주 나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아주까리 자루로 진대를 만들어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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