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시의회 본관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시정질의에서 시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에 진땀을 흘리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더욱이 박 시장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시의원들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이강무 시의원(민주당·은평3)은 “박시장의 최근 정치행보를 보면 후보시절과 다르다”며 “통합과 혁신에 대한 소신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 눈 팔 시간 있으면 공약을 재점검하라는 인기 위주의 현장시정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다”고 날을 세우자 박 시장은 “주민들 접촉과 현장 민의파악도 업무를 파악하는 방식이며 걱정 없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원순표 예산안’에 대한 집중 난타도 이어졌다.
오후 질문자로 나선 김형식 시의원(민주당·강서2)은 “박시장이 예산안을 발표할 때 ‘재정을 축소하면서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이론은 처음 본다”면서 “이런 일이 가능하신 분은 예수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지금 서울시의 부채나 채무가 전혀 문제없다고 하지만 나는 분명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돈 쓰는 것도 여러 가지 요령과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나서면서 만만치 않은 신고식으로 서울시장으로서 공식 데뷔를 하게 됐다.
박 시장은 28일 오후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서울시의회 두 번째 정례회에서도 진땀을 쏟았다.
박 시장은 이날 시의회 의원들의 거센 지적에 다소 곤혹스런 눈치였다. 박 시장에 대한 공세의 포문은 김진영(한나라당·서초1) 시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박 시장이 마법사나 산타클로스라도 된 듯 환상에 젖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지 해결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작심한듯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행자(민주당·관악3)시의원은 “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복지들은 수혜 대상자가 많아봐야 20% 수준이지만 교통 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될 수 있다”며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신림봉천터널과 난곡선 등의 사업재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시장은 “교통 약자와 교통 소외지역 및 취약지역에 대한 애로사항을 충분히 살피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이행자의원 등 7명의 시의원들은 박시장에게 향후 시정운영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나갔다.
김태희(민주당·서대문3)시의원은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에 대해 집중 질의했고 이경애 의원은 서울시 인사문제와 공무원복지에 대해 질의했으며 김용석(한나라당·서초4)시의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부채는 얼마냐, SH공사 등 주요 5개 산하기관을 포함한 부채는 얼마냐”며 서울시 부채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서울시장의 취임 한달 째를 맞은 이날, 박시장에게 한나라당이 집중공세를 벌여가며 쓴소리를 쏟아내자 지난주까지 박시장과 논쟁을 벌이며 견제에 나섰던 민주당이 급히 박 시장을 감싸기도 했다.
시의회 여·야의 가시돋친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시장은 시장으로서 힘겨운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민주당까지 나서 예산안 문제 집중 추궁
저작권자 © 서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