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서울시내 택시잡기 '하늘의 별 따기'
연말 서울시내 택시잡기 '하늘의 별 따기'
  • [뉴시스]
  • 승인 2011.12.06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차거부·골라 태우기 빈발, 택시승차지원단 시범운영
▲송년회 등이 집중되는 연말 서울시내 택시들의 잦은 승차거부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뉴시스]

#1.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사는 직장인 조모(26·여)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1시께 서울 송파구 신천역 근처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다 30분 가량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열린 창문 너머로 목적지를 말하자 10대가 넘는 택시가 승차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성내동은 안 된다고 하더니 압구정동으로 가자는 손님은 태우더라"며 "강남쪽으로 나가면 다른 손님을 태울 수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 자영업을 하는 이모(52·여)씨는 아예 택시에 오른 후 하차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연말 모임이 끝난 자정 무렵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택시를 탄 이씨가 "가락동으로 가자"고 하니 기사는 "사실 식사를 하러 가는 중"이라며 방향이 맞지 않으니 이씨에게 하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씨는 "그 밤에 식사를 하러 간다는 핑계도 우스웠지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승차 전에 미리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번화가에서 출발했는데 인적도 드문 거리에서 내리라고 하니 신고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밝혔다.

연말이 되면서 각종 송년모임이 많아지고 있지만 심야 시간대에 택시 잡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 홍대입구, 종각 등 번화가 등지에서는 택시를 몇 대나 보내고 난 뒤 애가 탄 승객들이 차도에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마음이 급한 일부 시민들은 2차선까지 진출해 택시를 온몸으로 막아서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택시를 잡기위해 도로에 서 있던 전모(36)씨 등 2명이 만취한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연말모임에서는 술이 한잔씩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취객들이 차도로 내려와 택시를 잡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년마다 반복되는 연말 승차거부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12개조 135명으로 구성된 특별단속반을 투입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심야시간대에는 ▲강남대로 ▲종각역 일대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신촌로터리 등에 단속반을 집중 배치된다. 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일대 ▲을지로입구 일대 ▲사당역 ▲잠실역 등에는 주·야간 탄력적으로 단속이 실시된다.

그러나 이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택시 승차거부는 끊이지 않아 시민들이 추운 겨울 거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줄지 않고 있다. 비오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2일 트위터에는 택시들의 승차거부가 곤혹스러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트위터리안 @lovely*******는 "'비오는 날+금요일+연말' 3단콤보에 택시 승차거부를 무수히 당하느라 몸고생, 마음고생"이라며 "콜택시를 불러도 배차가 안 되고 길거리에는 택시 못 잡은 경쟁자들만 수두룩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고 토로했다.

트위터리안 @lazy*******도 "새벽에 비 맞으며 신사동에서 삼십분이나 택시를 기다렸다"면서 "승차거부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고 하소연했다.

4일 오전 1시께에도 트위터리안 @needle****은 "오늘 홍대입구역 근처 승차거부가 너무 심하다. 도대체 어디를 가려고 이렇게 승객을 푸대접하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택시기사들도 나름의 고충을 토로한다. 승차거부가 불법이고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도 알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택시기사 오모(56)씨는 "택시기사에게 시간은 곧 돈이기에 짧은 시간 안에 돈이 되는 손님을 태우고 싶어 승차거부를 하는 것"이라며 "특히 회사택시는 사납금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집중적으로 많은 자정 전후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씨는 "사납금을 다 채웠다 하더라도 자기가 가져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손님을 가려 받고 싶은 충동이 든다"며 "강남역 등 번화가에서 너무 외진 곳이나 주택가로 들어가면 나올 때 손님을 태워올 수 없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6조에 따르면 승차 거부시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고 도로교통법 제50조에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단속 주체인 서울시에서는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도시교통본부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택시기사와 단속원간의 실랑이가 거의 매일 벌어진다"며 "현장을 포착해도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항의하는 기사들이 워낙 많아 현장 단속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단속인원이 135명인데 승차거부가 주로 이뤄지는 거점지역에 집중 배치하다보니 인력이 충분치는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택시 승차거부 근절대책을 총괄하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7일부터 30일까지 승차 거부가 심한 강남역 인근에서 개인택시조합과 연계해 택시승차지원단을 시범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 승차지원인력 180명을 집중 투입해 브랜드콜에 가입된 개인택시에 배차요청을 하고 대기장소에서 차량을 불러 손님에게 연결시키는 방안이다. 또 심야시간에 브랜드 콜택시가 받는 콜 처리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시계할증요금을 부활하는 안을 시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승차거부를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택시기사들에게도 엄격한 기준의 자질을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승욱 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우에는 도심 주요 택시 승차장에 승차 거부나 택시범죄를 전담하는 경찰이 상주한다"며 "공익요원 등을 활용해 계도요원을 상주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은 "택시기사들의 벌이가 시원치 않다보니 운수업에 꾸준히 종사하던 운전자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며 "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간단한 절차만으로 기사들을 모집하다보니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운수업 종사자들의 사고기록, 범법행위들을 엄격히 관리해 2~3년마다 운전자 면허를 갱신한다"며 "우리도 처벌을 강화하고 탈법·불법 행위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