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한나라당 ‘디도스’ 파문에 난파 위기
총선 앞둔 한나라당 ‘디도스’ 파문에 난파 위기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2.1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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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매파 의원도 당 해체 후 재창당 요구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거대여당 한나라당이 디도스 어뢰 한 방에 폭침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은 10·26 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벌인 한 강 모(25) 씨 등 3명의 공범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인 공 모(27·구속) 씨로부터 “나경원을 도와야 한다”는 부탁을 받고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나라당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지도부의 핵심인 최고위원 6명 중 절반이 빠져나간 것이다. 당내 입장도 가닥을 잡지 못할 정도로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일단 홍준표 대표체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지도부 총사퇴와 재창당을 요구하는 쇄신파들의 반발이 거세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특히 당장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을 앞둔 서울 등 수도권 의원들이 ‘당 해체 후 재창당’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당내 충돌이 불가피하다.

홍 대표 등 기존 당 지도부와 친박계는 이에 맞서 ‘현 체제 유지 후 리모델링’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을 기반으로 한 현역 의원들이 주도하는 쇄신파는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도저히 치를 수 없다는 극도의 위기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최고위원(양천갑)은 의원총회에서 “국민 앞에 완전히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내년 총선과 대선은 이미 승리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며 “새롭고 건강한 보수세력에게 당을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출신을 중심으로 한 전여옥·차명진·권택기·김용태·나성린·신지호·안형환·안효대·조전혁 의원 등 10명은 지난 6일 ‘당 해산 및 재창당’을 요구한 뒤 지도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수도권 의원은 그동안 당내 매파로서 극우에 가까운 논리를 펼쳤다는 점에서 이들이 얼마나 심각한 총선 위기감을 가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면 홍 대표 등 당권파는 해체 후 재창당보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전환한 사례와 같은 재창당 모델을 제시했다. 친박계도 당장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 체제 유지를 바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당권파와 친박계의 리모델링 추진에도 불구, 쇄신파들이 홍 대표 퇴진과 당 해체 후 재창당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최악의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위터 kiosk8703는 최근 한나라당에 대해 “FTA 비준해 놓고 한나라당 해체한다고? 먹튀네. 당은 사라져도 FTA 비준하신 분들, 기억하겠습니다. 혹시 모릅니다. 자제분들 역사책에도 나올지…”라는 멘션을 남겼다.

또 한 트위터는 “한나라당 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선거부정과 방해를 목적으로 당 차원의 조직적인 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고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디도스 공격에 나선 것으로 단정했다.

경찰의 10·26 보선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 대다수는 9급 비서관의 단독 소행으로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화살은 한나라당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고 내년 총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원희룡 의원은 7일 의원총회에서 “디도스 사건은 ‘제2의 차떼기’ 사건이다”라고 규정, 총선에 몰아닥칠 후폭풍을 각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디도스 사건 수사가 검찰로 넘어간 뒤 야당의 주장에 따라 특검까지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12월 대선까지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쇄신파의 주장대로 당 해체 후 재창당의 깅을 걷더라도 1996년 15대 총선과 같은 국면전환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15년 전 정치환경과 유권자 의식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졌기 때문에 신한국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정치권은 최근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는 언제 야권에게도 똑같이 밀어닥칠지 모른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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