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분열 전조… 정태근 탈당에 '아노미'
한나라 분열 전조… 정태근 탈당에 '아노미'
  • [뉴시스]
  • 승인 2011.12.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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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분열의 전조(前兆)가 나타났다. 대표적 쇄신파인 정태근 의원이 13일 탈당한데 이어 김성식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가 줄탈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13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친박(박근혜)계와 쇄신파간에 팽팽한 이견을 보여온 '재창당' 문제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는 의총 시작부터 "박근혜 의원은 왜 안 오느냐"고 기선잡기에 나서며 재창당 문제를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류인 친박계 의원들이 의총은 재창당 문제를 표결에 부칠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표결 시도는 무산됐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게 공천권과 재창당 여부 등을 포함한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의 한 의원이 "책임질 사람이 나가라"고 발언하면서 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가 격분했다. 정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의총은 급작스럽게 종료됐다.

◇쇄신파 "박근혜는 왜 안 왔나"…표결시도 '무산'= 이날 의총에서는 14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28명이 발언했다. 대다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재창당 여부를 포함한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는 의총 시작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재창당'에 대한 의원 표결을 요구하며 "박 전 대표는 왜 안오느냐"고 말했다.

조전혁 의원도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표가 안 나온 부분은 나도 불만"이라며 "좀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의원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광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지게를 지는 것"이라며 "어떤 짐을 실을 지, 끈 조절을 어떻게 할 지는 박 전 대표 자율에 맞길 수 있지만 지게가 도달할 목적지는 우리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계인 차명진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의총장에 나와 같이 의논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MB(이명박 대통령) 같은 불통(不通)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의사를 잘 모르겠다. 간접적 의사전달을 하면 큰일난다"며 "박 전 대표 없이 이야기할 거면 박 전 대표 없는 구상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쇄신파의 표결 요구는 다수 의원들이 "의총은 재창당을 표결할 권한이 없는 기구"라고 반대함에 따라 무산됐다.

◇당규개정안 초안…'비대위원장, 당권-대권 분리 제외' =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쇄신파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끝난 후 상임전국위원회에 올릴 당헌·당규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한나라당 당헌 111조로 비상대책위원회 규정을 신설,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될 경우 최고위 권한을 위임받는 비대위가 가동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선주자가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규정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당헌 111조 규정된 비대위원장이나 위원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에서) 예외로 둔다'는 규정을 두기로 했다.

사실상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피해가는 대권주자는 박 전 대표와 비대위원 뿐인 셈이다. 비대위는 11명으로 구성되며, 비대위 구성 원인 발생 직후 치러지는 전당대회까지가 활동시한이다.

◇친박계 "박근혜에 전권…전권없는 추대하자"=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법륜스님이 청와대에서 토크쇼를 한다는데, 기본적으로 밖에서 당 만들겠다고 준비하는 사람을 왜 청와대에서 그러느냐"며 "당 밖에는 언제든 한나라당이 분열되면 끌고가려는 다른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은 "당 해체나 당명을 바꾸는 재창당에 반대한다"고 말했고, 서상기 의원도 "재창당에 조건을 달지 말자"며 "조건없이 추대하자"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재창당을 전재로 비대위를 맡기자고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철거용역업체 대표냐"라며 "(쇄신파가 재창당을) 표결로 하자고 하는데 의원 몇이 표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성조 의원은 "신당 창당을 잘못하면 한나라당이 망한다"며 "재창당 문제는 (총선이 끝난 후) 사람이 바뀐 상태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황진하 의원 역시 "재창당 조건을 다는 것은 맞지 않고, 당명을 바꾸는 것도 반대"라며 "박 전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라"고 쇄신파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외에 이한성 권경석 홍일표 배영식 김학용 정해걸 박보환 성윤환 의원 등도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쇄신파 격분 "박근혜, 통화도 안 돼"…정태근 '탈당'= 의총 분위기가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일부 친박계 의원이 "책임질 사람이 나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쇄신파는 격분했다.

정태근 의원은 "지금의 비대위 논의 수준은 얼굴만을 바꾸고 이전의 풍토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탈당을 선언했고, 김성식 의원 역시 재창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탈당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남경필 의원은 "나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박 전 대표의 말을 직접 들어본 일이 없는데, 의총에 참석해서 계획과 진심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 역시 "쇄신파에서 문건을 작성해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려고 했는데 통화도 안 됐다"며 "전달하는 의원 때문에 왜곡될 수 있으니 직접 박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친박계 6선인 홍사덕 의원이 의총 중단을 요청하며 중재에 나섰다. 홍 의원은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오늘 저녁쯤 박 전 대표의 답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의총을 종료시키고 사태 수습을 위한 논의에 나섰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14일 상임전국위를 소집하려 하다 절차상의 문제로 15일로 옮겼지만 확정적으로 진행될 지 불확실하다"며 "의총에서 19일로 예정된 전국위에서 논의될 당헌 개정안을 논의하다 중단된 형편이라 다시 의총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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