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당사’ 재연보다 실천적 쇄신이 해법
‘천막당사’ 재연보다 실천적 쇄신이 해법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2.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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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97년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 19대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이번 총선에서 100석 이하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세운다.

서울과 수도권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일수록 이런 위기감이 더 크다.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특히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4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배한 상흔을 안고 있다. 48개 지역구에서 무려 44개 지역구

유권자들이 무소속 박원순 당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위기감이 사실은 과장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패하다시피 했으나 대부분 50%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다. 만약 19대 총선에서 다자구도가 만들어지면 한나라당이 불리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당내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서울의 쇄신파 초선의원 탈당과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이런 지각변동의 진앙지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을 꼽는다. 오 전 시장이 당의 만류에도 불구,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결국 패배하면서 당 전체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여기다 앞으로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태 또한 오 전 시장이 촉발한 일이다. 오 전 시장이 홍준표 당시 당 대표의 만류를 받아들여 시장직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보궐선거도 없었고 디도스 사태까지 이어질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 전 시장 책임론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표피만 보고 전체를 규정하는 오류로 읽혀진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오 전 시장이 패한 것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시장 자리를 내준 것은 서울시민들이 이미 한나라당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증표다. 이를 외면하고 오 전 시장 책임론을 들먹이는 것은 속은 썩어가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된다는 것과 같다.

또 거대 집권당의 위세만으로 강행 처리한 한·미 FTA 비준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홍정욱 의원이 뒤늦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으나 이는 개별 의원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지역구에서 칩거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상경,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고 다음날 2년 7개월 만에 의원총회에도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재창당에 버금가는 당 쇄신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그대로 믿는다면 2002년 차떼기 사건 이후 ‘천막당사’ 시절을 재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만 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서울시민들의 눈길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러한 국민적 질타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세훈 탓’이라는 표피적 위기진단을 먼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윗선이 누구인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실천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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