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
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1.12.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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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

                                                 이병률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그곳을 지날 적에
그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하였습니다

굴레방 다리 앞

의문이 들 적마다 몇 번 굴레방 다리 앞에 내려서도
물 저장소가 있을까
또르르 길게 말린 터널 같은 곳일까
거적을 뒤집어쓰고 살 만한 안온한 곳일까
궁금하였습니다
 
그곳을 맥없이 혹은 격하게 그리워하는 사이
굴레방 굴레방 중얼거리면
거슬러 받는 기분이 되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 어느 날엔가는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말하는 것입니다
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
 
굴레방 다리에 도착해서도
체한 것 같은 기분이 나아지기는커녕
굴레방 다리는 이곳이 아닌 것만 같은 것입니다
 
마음이 정한 굴레방 다리는
내가 터를 잡은 곳으로부터 북쪽에 있어야 하고
아무리 맘속을 헤집어도 찾을 길 없어야 하고
선뜩선뜩 무슨 일이 일어날 듯이 바람 부는 곳입니다
 
무진히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 하나
유리 조각처럼 가슴팍에 찔러본다는 것은
어찌어찌 터지는 끝을 막아보자는 것입니다

작품출처 : 이병률(1967~) <찬란>

■ 수레바퀴 같은 일상의 굴레를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여러분은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우리도 시인처럼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하고 외쳐볼까요.

누구에게나 “맥없이 혹은 격하게 그리워하는” 그 어떤 곳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곳에 닿기만 하면 “체한 것 같은 기분이 나아”질까요?

그러니까 “어찌어찌 터지는 끝을 막아”보지 않으면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 당신은 무작정 택시를 타고 어디로 가자고 말하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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