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는 10만 청구인과 수많은 학생들의 염원을 직시하라!
서울시의회는 10만 청구인과 수많은 학생들의 염원을 직시하라!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1.12.17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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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활동가, 김인식

2010년 7월, 서울지역 시민·청소년·인권·교육·노동·법조계 등의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은 관에서 제정하는 학생인권조례의 한계성을 인지했다. 그래서 시민들의 힘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뜻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서울본부를 결성하고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를 추진하였다. 주민발의법상 6개월이라는 시간적 제한에 근접한 올 해 4월까지 사회는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성사 여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서명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더욱 많은 서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몇몇 단체들은 주민발의 실패를 기정사실화 하고 포기하는 일도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봄꽃이 날리는 4월이 되자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학생인권이라는 구호 아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편으로 서명지가 도착했고 거리에서는 서명은 물론 음식들을 선물해 주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다.

학생인권이라는 그간 생소하게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서 시민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발의요건인 8만 2000여 장이 넘는 서명지가 모였고, 이후 오류서명에 대한 보정 기간 내에도 3만 부의 서명이 더 모여들어 따스한 봄 기운이 얼어붙은 겨울을 녹이듯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이 서울시교육청에 제출될 수 있었다.

주민발의법상 주민발의 주요 요건은 해당 지역 유권자의 1% 서명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10만이 넘는 서울시민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하여 선뜻 자신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다만 어두운 부분 역시도 존재하였는데, 조례가 제정되었을 때 그 조례의 주인이 되는 학생·청소년들은 만 19세가 넘지 않아 자신들의 일임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거리서명에서 이에 격분하고 실망하는 청소년들의 서명을 따로 모아 서울시교육청에 주민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서울시 교육청도 별도의 학생인권조례안을 준비했으나 주민발의안보다 인권의 보장범위 등이 후퇴된 모습이 역력했고 많은 질타를 받기에 이르렀다.

주민발의 과정에서 확인된 민의는 더 이상 학생들도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회 곳곳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뿌리내려 감에도 학교 현장은 여전히 개인의 존엄을 인정치 아니하는 현실에 제동을 걸은 것이다.
주민발의청구에 참여한 10만의 유권자를 비롯하여 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던 수많은 학생들이 바라던 학생인권조례가 이제 서울시의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순탄하지는 않다. 한국교총·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교육을 망치는 학생인권조례라는 망언을 하며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본부라는 단체를 결성해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지극히 정치적이고 동성애자와 미혼모를 양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학생의 정치·양심권리 보장과 소수자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보호 조항을 문제 삼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기초수급자에 대한 지원 역시 기초수급권자를 양성하는 일이 되는 셈이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웃으며 자신의 꿈을 키울 수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 부당한 일이라면 일제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수탈이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행운이었다고 주장하는 극우 교과서를 정의와 진리라 칭하는 것도 그다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지 싶다.

미혼모도, 동성애자도, 혹은 장애인도 모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폭력적 교육문화에 찌들었던 학생들에게도 맞지 않고, 종교 혹은 신념을 강요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어느 한 인권을 인정하면서 타 인권을 인정하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사실에 동의한 많은 시민들의 요구에 화답할 차례이다. 학생인권조례안의 원안 통과는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99% 주권운동과 닮은 부분이 존재한다. 1%의 금융자본의 논리에 의하여 99%의 시민들의 민의를 외면하는 권력에 항의하는 이 운동과 같이 현재 정치·사회적 힘을 내세워 10만 시민의 민의를 왜곡하려는 이들이 학생인권조례 저지를 위하여 의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것은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라는 것이 차차 증명되어가고 있다.

만인에게 인권이라는 이야기가 결단코 선언적 문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 민의에 대하여 서울시의회가 16일 교육상임위와 19일 본회의에서 성실하게 화답하기를 기대하며, 인권을 부정하지 않는 이라면 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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