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수업 시행에 보완할 점
주5일제 수업 시행에 보완할 점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2.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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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서울의 초·중·고교가 주5일제 수업을 시작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1일 현재 전체 1313개교 가운데 10개 학교를 제외한 1303개교가 주5일제 수업 계획을 확정했다고 한다. 나머지 10개 학교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 조만간 이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교의 주5일제 수업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시행된다. 경기도는 5개교 외 2000여 학교가 주5일제 수업에 들어가고 대전·충남도 9개교만 빼고 모두 수업단축을 결정했다. 당초 정부의 주5일제 수업 방침이 알려진 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간 수업일수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학교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긴 만큼 일부 학교가 주6일 수업을 계속할 경우 5일만 수업하는 학교는 불리해질 것이란 걱정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거의 모든 학교가 수업일수 단축에 합의함으로써 학생들도 사업장의 주5일 근로제와 같은 시간의 수업을 받게 됐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법정근로시간 실태에 비추어보면 주5일제 수업이 순조롭게 정착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주당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채택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기준, 주당 5일만 근무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노동법은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인정하기 때문에 결국 기업은 최대 주 64시간 일을 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근로자는 하루 10시간씩, 6일 근무하고 4시간을 더 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각급 학교의 주5일제 수업도 이같은 ‘탄력 수업일수’를 얼마든 적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5일제 수업을 시행할 경우 표면적으로는 1~2학년은 주당 23시간, 3~4학년은 27시간, 5~6학년은 31시간의 수업을 받게 된다. 종전에 비해 줄어드는 수업시간은 방학을 줄여 보충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보충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중·고등학교는 과거부터 0교시 수업과 야간 보충수업을 진행해 왔다. 학교에 따라 토요일 수업을 강행할 여지도 남아있다. 특히 학교의 수업일수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사교육시장에 더 내몰릴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렇게 된다면 수업일수를 줄여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과 거꾸로 가게 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토요일을 쉬는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눠줄만한 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5일제 수업 시행과 함께 일선 학교에서는 토요 프로그램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토요 프로그램은 생명과학, 비즈공예, 축구교실, 요리교실 등 교과외 활동으로 구성된다.

이는 일선 학교의 힘만으로 진행하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학생들은 같은 시간 선행학습 등을 위한 학원에 나가는데 자신의 자녀만 학교의 토요 프로그램에 보낼 학부모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교육당국과 학교, 학부모들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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