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이 시장' 토건행정에도 유효한가
'서울시민이 시장' 토건행정에도 유효한가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2.3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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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적인 거대 도시다. 매일 아침 차가운 겨울바람을 헤집고 줄 지어 직장으로 나가는 인파들이 서울의 주인공이다.

올해는 ‘서울시민이 시장이다’라는 명제를 앞세운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시장이 등장했다.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빚어낸 결과였다. 박 시장은 주민투표 개표상활을 지켜보며 밤을 샌 뒤 출근하는 첫날부터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 뒤로도 업무용차량을 대중적인 RV 모델로 바꾸는 등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직접 시민들을 찾아가 만나는 현장 중심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지난 23일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이어진 ‘무박2일 현장활동 및 점검’은 박 시장의 현장 중심 행정과 낮은 곳을 향한 시선을 입증하는 이벤트였다.

또 취임 직후부터 내놓은 무상급식 확대 조례안 결재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시행 등은 공약이 空約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서울시 직원 인사에서도 그동안 소외됐던 비 행시 출신 공무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그동안의 기득권을 하나씩 깨트리고 있다. 서울시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정치구호가 구호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시장 직무는 지난 1년 동안 단 2개월에 걸쳐 진행된 것이다.

앞으로 박 시장은 2년 넘게 서울 시정을 맡아야 한다. 지금까지 마라톤 코스의 10분의 1 정도만 달린 셈이다.

먼저 박 시장이 앞으로 페이스 조절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낮은 곳을 향하는 현장행정은 물론 좋지만 지금과 같은 빈도로 계속하기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더 염려되는 것은 그의 몇몇 전향적 정책 결정과 달리 이른바 토건족으로 불리는 서울시의 개발지상주의자들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박 시장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시민단체들은 벌써 가락시영아파트 종 상향 재개발 결정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박 시장은 재개발과 뉴타운 정책에 대해 가장 먼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단위 토목·건축 사업은 시민들의 첨예한 이권이 걸린 문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서울시의 토건족의 개입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번 가락시영아파트 재개발 결정은 독립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내렸다고 한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말이 독립기구지 제2행정 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서울시 공무원 4명이 당연직 위원에 포함돼 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은 곧 서울시 결정이라는 얘기다. 서울시의 결정은 박 시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시에 도시계획위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박 시장이 추구하는 정보공개 확대 정책과 맞지 않는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이 벌써 토건족의 장막 안에 갇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스스로의 명제를 다시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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