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말 겨루기 으뜸상' 임희근 수상자
'서울말 겨루기 으뜸상' 임희근 수상자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1.01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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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말은 사리판단 명확한 서울토박이 기질과 상통"
▲서울멸 겨루기대회에서 으뜸상을 수상한 임희근 수상자

“서울말은 간결하고 깔끔하고 똑 떨어지며, 준말이나 음운의 축약을 통해서 뭐든 아끼려는 서울사람의 성정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2일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말 겨루기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은 임희근 씨의 설명이다.

간단하지만 언어에 대한 전문성이 언뜻 읽혀진다. 그는 사실 어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에도 능통한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평소 말과 글, 정확한 음운과 분절(articu lation)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데다 하고 있는 일도 번역가이다 보니 비문과 잘못된 어법, 잘못된 발음 등을 남보다 쉽게 가려낸다.

임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성조가 억세지 않고 담백하여 어딘지 몸을 사리는 듯하고 깍쟁이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리판단이 명확하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하는, 또한 남이 무례하거나 폐 끼치는 것도 싫어하는 서울 토박이들의 기질과도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말씨를 통해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성정과 성향까지 풀어내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국 각 지방에서 일컫던 ‘서울깍쟁이’라는 말을 임씨로부터 듣게 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임씨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태어났으나 친가의 뿌리는 전북 전주시라고 한다.

그렇지만 대대로 서울에서 살아온 어머니와 외가 친척들로부터 듣던 말이 체화돼 누구보다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도 없다고 한다. 임씨는 친구의 권유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그는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페이스북으로 이런 행사를 권해 흥미를 갖고 참가까지 하게 됐다”며 “재미삼아 나간 대회에서 이런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에 대해 “서울토박이말을 살리고자 하는 개최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며 “방언으로서의 서울 지방 말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데 언어 연구와 민속 연구 차원에서 잘 보존 계승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가 말하는 방언으로서의 서울말은 ‘표준어를 서울말로 한다’는 등식을 무색하게 한다. 대표적인 서울 방언은 흔히 다른 지역의 사투리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얼마-을마’ ‘말씀도 계시고-말씀도 기시고’ ‘덤비다-뎀비다’ ‘보기 싫다고-뵈기 싫다구’ 등이 있다. 최근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돼’는 결국 지방 사람의 ‘오해’인 셈이다.

이번 서울말 겨루기대회에 참가한 젊은 세대들도 이런 장벽을 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임씨는 “결선에서 모두 3분씩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젊은 대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해 와서 나름대로 정성껏 펼쳐 보이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며 “그 세대는 이미 서울말이 많이 달라져 있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책 보고 연구해서 리포트 제출하듯이 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20대 젊은이들을 제치고 최고상을 받은데 대해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뜻하지 않게 이렇게 상을 받게 됐지만, 20대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는데 좀 미안하기도 하다”며 “제가 가장 나이 많은 참가자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임씨는 이와 함께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국어파괴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는 “프랑스에 몇 년 살았는데 세계화로 인해 프랑스어가 아무리 영어화한다 해도 단어 몇 가지 도입해서 쓰는 것에 그치지, 자기 나라말을 영어화해 버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국어를 살리는 것은 국수주의나 보수주의가 아니고 진정한 진보와 발전은 자기 것의 가치를 알고 살려나가는 데서 온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끝으로 다음 대회는 참가자의 연령이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며 이를 기반으로 서울말과 여러 사투리들이 새롭게 조 받고 자료로나 생활 속에서 잘 살아남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특히 서울말 겨루기대회가 서울중심주의에서 나온 의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좀 더 명확하게 홍보해줄 것을 서울시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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