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내년 정치적 위상 변할까
박원순 시장 내년 정치적 위상 변할까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1.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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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야권통합 파도 위 입당 연착륙 가능?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찾아 환담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초 민주통합당 입당을 앞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통합과 개혁의 일대 혼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정계의 움직임에 따라 박 시장의 정치적 입장도 부각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의 급박한 움직임은 내년 4월 19대 총선과 12월 대선 결과를 노린 포석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박 시장이 무게를 둔 야권이 성공적인 통합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총선·대선까지 탄력을 이어갈 경우 박 시장의 입지도 탄탄해질 수 있다.

박 시장은 한·미 FTA를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해온 데다 최근 김정일 사망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우리만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그건 결정적인 문제”라고 비판하는 등 분명한 노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선명한 쇄신안 등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불어 닥칠 역풍에 박 시장까지 휩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때 서울시정 또한 여권과 중앙정부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지난 28일 야권 통합을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창원을)은 “한나라당 비대위는 야당보다 훨씬 더 발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야권의 상대적으로 느슨한 행보를 비판했다.

권 의원의 지적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강력한 쇄신 분위기 연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노태우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명박 정부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온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를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 비대위의 움직임은 등장하자마자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르며 여타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자리 잡았다.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도 한나라당으로 다시 쏠리기 시작했고 박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생중계와 같이 실시간 전달되고 있다. 일단 흥행면에서 한나라당은 그동안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 역풍을 잠재울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 당 쇄신파 의원들과 친이계의 대립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벌써부터 한 친이계 의원은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원래부터 박 비대위원장과 친한 인사들로, 비대위가 마치 자문단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한나라당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비쳐진 부정적 이미지를 감추고 쇄신이란 이름 아래 다시 전면으로 나설 수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1월 15일 당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민주통합당은 9명의 당대표 후보자(한명숙·이학영·이인영·이강래·박용진·박영선·문성근· 박지원·김부겸 후보, 이상 기호순)를 중심으로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당대표 경선을 통한 각 후보의 연설 등으로 여당과 청와대를 견제하고 당의 정체성을 알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후보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연장’을 막아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비대위의 쇄신 움직임을 놓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은 최근 “한나라당이 우선해야 할 일은 지난 4년 동안 실정에 대한 진솔한 사과”라며 “실정을 덮으려 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경선과 한나라당 비난은 눈에 띄는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이같은 정치 이벤트와 비난 공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으로서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구성에 이어 통합진보당과의 두 번째 통합에 나서야 한다. 결국 야권은 통합진보당과의 2차 통합 작업도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이벤트로 활용할 전망이다.

그 사이 한나라당 비대위가 어떤 쇄신안을 내놓을지, 또 쇄신안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지 여부에 따라 야권 통합 이벤트의 흥행성적이 결정될 수 있다. 당초 유리한 포석을 깔았던 야권이 선수를 한나라당에 넘겨준 꼴이 되고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의 민주통합당 입당이 서울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권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박 시장이 야권에 연착륙하면서 시너지 효과까지 얹어줄 수 있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 박원순식 서울시정의 성공적인 수행 여부도 가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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