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매매, 아파트 내놓으라고 할 수 있나
청약통장 매매, 아파트 내놓으라고 할 수 있나
  • 김화철 변호사
  • 승인 2011.12.31 0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디지탈 김화철 변호사

청약통장을 팔았는데 그 청약통장으로 알짜배기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면, 청약통장 매수자에게 아파트를 그대로 넘기기가 아깝다. 이 때 청약통장 매매를 무효로 만들고 분양 받은 아파트의 소유권을 보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최근 승소한 사건에서 답을 찾아보자.

김씨는 2003년 10월 박씨에게 청약통장을 1500만원에 팔았다. 그 뒤 박씨는 이씨에게 그 청약통장을 다시 팔았다. 그런데 김씨는 2006년 3월 판교 아파트를 청약하여 당첨되었는데, 판교 아파트를 박씨에게 넘기기 너무 아까웠고 분양 받은 판교 아파트를 그대로 소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이씨는 분양 받은 판교 아파트를 내놓으라며 박씨와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편 김씨는 박씨가 이씨에게 다시 청약통장을 넘긴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필자는 김씨를 대리하여 항소심에서 승소하였다. 항소심 판단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그러므로 김씨와 박씨 사이에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청약저축증서 양수인인 박씨 측(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사실상 취득하려고 하는 실권리자에 해당한다)이 김씨와 사이에서 대내적으로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박씨 측이 소유권을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김씨 명의로 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4조 1항에 의해 무효이다. 이와 같이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이상 김씨가 박씨에게 김씨 명의로 분양받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김씨와 박씨 사이의 청약저축증서 양도약정은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이어서 무효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김씨와 박씨 사이의 청약저축증서 양도약정에 포함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이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

따라서 청약통장을 매매한 뒤 매수자의 돈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았더라도 명의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인 이상 분양 받은 아파트 자체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된다.

청약통장 매매 당사자 모두 법을 어긴 것이어서 잘못이지만 이번 판결은 청약통장 매매의 효력을 부정하여 전매 차익을 얻지 못하도록 금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청약통장 매매라는 탈법행위에 대해 상당한 경고가 될 수 있는 귀중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