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염치'가 아쉽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염치'가 아쉽다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1.0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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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의 골목형 소방차를 개발, 일선 소방서에 배치한 소방공무원 소식이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숭례문 화재를 진압하지 못한 충격으로 장비개발에 몰두했다고 한다. 화재와 재난을 책임지는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한동안 잠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우리는 ‘염치(廉恥)’라고 한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자기가 맡은 직무를 충실히 할 때 체면을 세울 수 있다는 마음은 공직자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염치’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인’이라 부르는 모든 사람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를 할 때도 부끄럽지 않은지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많은 정치인들은 이와 반대의 행태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를 혐오하고 정계를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는 4월 19대 총선과 12월 대선이 잇따라 치러진다. 정치권은 양대 선거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이합집산을 시작하고 있다. 여기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혼탁선거 양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을 98일 앞둔 4일 현재 390건의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해 36건을 고발하고 14건은 수사의뢰, 338건에 대해 경고, 2건 이첩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특히 현역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불법선거운동도 9건이나 적발됐다.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공정사회, 선진사회을 이끌 적임자임을 자부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춰보면 일반 시민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탈법과 편법을 저지르기 일쑤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전형적인 ‘양두구육’의 모양새를 스스럼없이 연출하는 것이다. 결과만 좋다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일이다. 용서는 남에게 받기에 앞서 스스로의 책임을 묻는 일에서부터 얻어야 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그러나 자성(自省)보다 계파 간 권력다툼과 줄 서기에 급급하고 있다. 공천권을 누가 쥐고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모든 정치인의 관심이 쏠린다.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 안에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또한 총선 공천과 관련된 문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스스로의 책임을 물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내놓은 박진, 원희룡, 홍정욱, 등 몇몇 현역 의원이 있다. 이들은 앞서 말한 염치를 앞세운 사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민주통합당은 이달 중순 치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선출을 진행 중이다. 당 지도부가 확정되면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들 야권도 지금까지 있었던 과오는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부끄러움 없는 정치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높은 정치의식과 관심을 갖고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다. 여야 모두 ‘쇄신’과 ‘심판론’을 내세우며 총선에서의 승리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제 과거처럼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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