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개월 앞, 서울 지역구 한나라당 위기감
총선 3개월 앞, 서울 지역구 한나라당 위기감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1.09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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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여론 악화, 2004년 탄핵 역풍 속 천막당사 ‘데자뷰’
▲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시무식에 참석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이계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식을 지켜보고 있다.[뉴시스]

고승덕 의원(서초을)이 폭로한 당대표 후보 측의 돈봉투 300만 원 살포설과 곧바로 이어진 검찰 수사로 한나라당의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조건이 전혀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지역구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 얘기다. 이러한 체감온도를 서울 48개 지역구 대부분의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느낀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러한 인식은 서울 곳곳에서 부딪히는 시민들의 차가운 여론에 따른 것이어서 더 심각하다.

서울시민들은 지난 8월 전면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치르면서 여·야의 정책 기조를 한 차례 학습했다. 당시 대다수 시민들은 투표불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고 그 의미는 한나라당이 내세운 선택적 복지보다 서민 중심의 정책을 바란다는 뜻이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될 부분을 노출하게 된 셈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서울시민들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던 여·야 구분을 하게 됐고 결국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당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단 4곳에서 앞섰고 이를 48개 국회의원선거구로 따지면 7곳에서만 박 후보를 앞섰다.

강남 3구의 6개 선거구를 제외하면 용산에서만 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셈이다. 이후 흐름도 한나라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는데 여권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시대적 소명을 앞세워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했던 한·미 FTA 비준동의 또한 거센 역풍으로 돌아왔다.

여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의혹과 잇따라 터지는 측근 비리는 반 한나라당 정서를 더 고착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10·26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관의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의 배후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비서로 밝혀지면서 총선을 앞둔 여당은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위원장으로 조기등판한 비대위만이 반전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다. 마치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과반의석을 내준 뒤 천막당사를 차렸던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의원들로서는 당시의 악몽이 그대로 되풀이되는 현실이 데자뷰와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서울시민들의 반응이 그 때와는 전혀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한나라당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노골적인 MB 비판에 나섰던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으로 영입,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고 있으나 시민들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한나라당이 경계해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전에 없던 젊은 층의 총선 투표 참여 가능성이다. 최근 청년층은 ‘나꼼수’와 SNS 등 종전에 없었던 신종 매체의 세례를 받고 있다. 불과 6개월 전까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서울의 직장 여성 박영선 씨(29)는 열렬한 나꼼수 청취자가 되면서 의식이 180도 바뀌었다.

그는 “10월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며 “나꼼수를 듣지 않았다면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교회 목사님을 따라 한나라당을 찍을게 뻔한 부모님 말씀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40대 서울시민들도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사정에 따라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204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6%였음에도 박원순 당시 후보가 53.2%를 얻어 46.4%를 얻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7.2% 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공휴일로 지정된 4·11 총선에 2040세대가 적극 참여할 경우 한나라당 서울지역구 출마자들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2004년 탄핵 역풍을 맞은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48개 선거구에서 16개의 의석을 건져냈다. 하지만 당시 야권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후보가 모두 출마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가 얻은 득표를 합칠 경우 한나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이번 4·11 총선은 이미 통합을 마무리한 민주통합당과 민주노동당이 주축인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가 확실시 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후보의 1대 1 대결이 불가피하다. 여권에 대한 여론이 돌아서지 않는 가운데 이같은 1대 1 구도가 만들어지면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몇 개의 의석을 차지할 지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서울 48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예비후보들이 위기의식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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