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3동에는 우물 둘 바위 하나
흑석3동에는 우물 둘 바위 하나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01.07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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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1966~), <고시원은 괜찮아요>

 

 

 

 

 

 

                                         차창룡

두 개의 우물에서 태어난
보이지 않는 여인들이
무수히 많은 물동이를 이고 간다

여인들이 낳은 남자들이
바위를 달마산으로 밀어올리면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와
바위를 밀어버린다

검게 그을린 바위가 겁을 먹고는
굴러떨어지다가 곤두박질치다가
물동이를 줄줄이 깨뜨리다가

동사무소 옆에 콕 박히는 순간
나의 이마에 떨어진 물방울이
눈썹을 타고 변두리로 가는 동안
역사는 우물의 저주를 덮기 위해
이곳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작품출처 : 차창룡(1966~), <고시원은 괜찮아요>

■ 2012 임진년. 흑룡의 힘찬 날갯짓이 시작된 새해, 복 많이 받으셨는지요. 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올 한해에도 계획하시는 모든 일들이 모두모두 멋지고 기막히게 이루시길 바랍니다.

흑석동은 그 일대에서 나오는 돌의 빛깔이 검은데서 유래되었다고 하지요. 지난 2008년 초에는 흑석 1,2,3동이 흑석동으로 통합되기도 했고요. 차창룡 시인은 실제 흑석동에 오래 머물면서 세상의 모순과 사랑에 대한 깊은 시를 썼던 시인입니다.

지금은 속세를 온전히 등지고 출가한 시인이지요. 이 시는 그런 시인의 사상과 상상력이 섬세하게 자리하고 있는 ‘차창룡 시인표 흑석동 신화’라 할 만합니다. 모쪼록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해 열어 가시고, 날마다 날마다 꽃 피는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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