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인권조례 찬·반 갈등 확산
서울 학생인권조례 찬·반 갈등 확산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1.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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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재의 철회 촉구, 시민단체 대립 '팽팽'
▲서울시의회 교육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기자실에서 '학생인권조례 재의 철회! 이대영 부교육감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최보선, 최홍이, 윤명화, 김명선, 김형태, 서윤기 서울시 의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뉴시스]

서울시가 새해 벽두부터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인 이대영 부교육감이 9일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를 요구한 데 대해 시의회 교육위원 8명이 부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와 진보성향 단체들은 이에 앞서 지난 5일부터 학생인권조례 철회와 즉각 시행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왔고 앞으로 이같은 갈등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같은 갈등은 지난해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를 불러왔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대영 부교육감 사퇴 촉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 8명(민주당 김상현 위원장, 김명신·김종욱·윤명화·서윤기 의원, 무소속 김형태·최보선·최홍이 의원)은 9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의 철회와 부교육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며 의회 민주주의를 우롱한 것"이라며 "나아가 유엔의 학생인권조례 지지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국제적 배신행위로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들은 "교과부는 당당하게 직접 재의를 요청하지 않고 경기, 광주와 달리 서울에 대해서만 재의를 요청 시 형평성 차원에서 무리수를 둔다는 여론이 두려워 부교육감에게 재의를 미룬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교육감에 대해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공익을 침해하거나 상위법 위반 소지가 없음을 알면서도 교과부의 꼭두각시가 되어 무리하게 재의를 요청했다"고 평가했다.

의원들은 "현재 서울교육감은 곽노현이며 서울시민들은 곽 교육감 개인이 아닌 그의 공약에 찬성한 것"이라며 "이 부교육감은 곽 교육감의 기본 정책을 유지해 재의 대신 공포를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과부와 이 부교육감은 곽 교육감 부재라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며 "앞으로 생길 교육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재의를 철회해야 한다. 또 이 부교육감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명의 의원들은 재의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 부교육감에 대한 해임권고결의안도 시의회 차원에서 의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서윤기 의원은 "학생인권조례는 곽 교육감의 핵심 정책인데 그 자리를 대행하고 있는 부교육감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면 교육감 권한대행에 대한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해임권고결의안을 제출해 시의회 차원에서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학생인권조례 거부는 흡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곽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을 방해한 것과 같다"며 "향후 재의결될 경우 대법원 제소까지 가려고 할 것이다.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을 민주당 의원들이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에 김명신 의원은 "지난번에는 의원들이 지역구의 대형 교회 등의 압박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 준하는 회의 등을 거쳐 학생인권조례가 시대정신이라는 의식을 많이 공유한 상태다. 재의결 과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공포 시한을 나흘 앞둔 지난 5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찬성하는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오른쪽) 회원들과 반대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저지 범국민연대 회원들이 연이어 집회를 열고 있다.
◇시민단체 인권조례 찬반 대립= 서울시교육청 이대영 부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재의 신청이 알려지자마자 보수 단체는 즉각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장해온 진보 성향의 단체는 재의 요구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학생인권조례저지범국민연대(이하 범국민연대)는 "서울교육청의 재의요구는 서울교육에 있어 무엇이 바람직한 결정인지 진지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범국민연대는 "학생의 인권 및 학습권 보호,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 교사의 교권 보호 등은 조례가 아닌 학교 단위에서 교육구성원들이 스스로 논의해 학칙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서울시의회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방문활동, 사이버시위, 서명운동, 헌법소원 등 법률적 대응을 통해 서울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알릴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경기, 광주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며 보수단체에 맞섰다.

이들은 "이대영 부교육감은 재의 요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이번 재의 요구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허용한 재의 요구의 요건에 전혀 맞지 않는 불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지방교육자치법에는 상위법 위반이나 공익의 현저한 침해 우려가 있을 때만 재의가 가능토록 하고 있지만 서울교육청 내부 법률 검토에서도 법리적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교육복지의 신장은 물론 민주적 학교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이 부교육감은 정략적 소모전을 중단하고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올 신학기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재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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