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제, 정말 남녀의 문제일까?
군가산점제, 정말 남녀의 문제일까?
  • 배은혜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 승인 2012.01.14 0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배은혜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임진년의 해가 밝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여성연합은 여전히 2011년이다. 1박2일로 예정된 정기총회야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비슷한 사정이겠지만, 여성연합에서는 3·8 여성대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위 ‘여연(여성연합)력’에 따르면 2012년 새해는 3월 9일부터인 셈이다. 거기다 올해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추가되었으니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물리적으로 밝은 임진년 새해 시무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제는 말만 들어도 지겹기 짝이 없는 보훈처 발 군가산제 부활시도에 대한 대응이 첫 번째 업무로 떨어졌다.

대통령 연두업무보고 자리에서 보훈처가 군가산점제의 대체수단으로 국가공무원 채용에 군필자 할당제 도입계획을 밝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들은 일제히 ‘군가산점제 부활논란 재점화’란 타이틀로 뉴스들을 생산해냈고, 인터넷 포털들은 여봐란 듯이 메인화면에 배치하면서 또 다시 무한 반복되는 댓글전쟁이 시작되었다.

군가산점제 부활의지는 이명박 정부에서 잊을만하면 한번씩 단골메뉴처럼 등장해 왔다. 지난 2009년 병무청과 국방부에서 국민의 80%가 군가산점제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군가산점제 부활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선바 있었고, 2010년 9월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군가산점제 부활을 대통령에 건의하면서 사그라졌던 여론을 다시 들 끓게 만들기도 했었다. 보훈처의 대통령 연두업무보고 역시 이러한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인다.

거짓말 조금 보태 보훈처 발 군가산점제 부활논란이 뉴스화 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 전화통에 불이 났다. 온갖 항의전화는 기본이고, 단체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인터뷰요청이 쇄도했다.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것이 바로 군가산점제 부활 논란을 남녀대결구도로 몰아가면서 여론몰이를 해보자는 것임을 알기에 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체와 같은 입장인 연구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연결해 간접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댓글들을 살펴보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세상이 과연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거기에는 인간은 없고, 군대 가는 수컷과 애 낳는 암컷들의 날선 감정싸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대다수의 댓글이 보는 것만으로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이었고,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제정신일까 싶을 지경이었다.

20대 청춘에 2년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남성들에게 국가와 사회차원의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일하는 여성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군인 모두에게 2년간의 군복무를 칭찬하고 위로할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군필 남성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거나, 여성은 물론 저간의 사정으로 ‘군필하고 싶어도 군필할 수 없는’ 남성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군필 남성 모두가 국방의 의무를 다 한 것에 대한 국가와 사회적 칭찬과 위로가 돌아가는 방식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군가산점제 부활이라든지, 국가공무원시험에 군필 남성 할당제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꼼수가 끊임없이 시도되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도되는 정치행위는 물론 보수가 섭렵하고 있는 언론의 행태까지 곱씹어 판단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