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 지 대계’에 비춰본 학생인권조례
‘교육 백년 지 대계’에 비춰본 학생인권조례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1.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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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9일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를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날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학생인권조례가) 폭력 학생의 인권만 옹호하는 ‘정글의 법칙’으로 변질되고 오히려 대다수 학생들의 평온한 학교생활을 누릴 인권을 짓밟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시교육청과 진보 성향의 시민교육단체가 입안하고 서울시의회에서 시행을 의결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한나라당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생인권조례를 격렬히 반대해온 보수 성향 교육단체도 한나라당과 궤를 같이 한다.

이들 보수단체는 학생인권조례에서 명시한 교내 집회의 자유 등을 들어 학교를 ‘정치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조장할 것이란 예단을 내리기도 한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교권추락 때문이고 교내집회와 두발 및 복장 자유화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는 이를 더 조장할 것이란 얘기다.

이대영 권한대행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도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까지 ‘교권침해 예방 매뉴얼’을 만들어 서울의 각 학교에 배부할 계획이다. 이런 시각은 학생의 인권보다 교사의 권한이 더 중요하다는 잣대에서 비롯된다. 학생을 인권을 가진 주체로 보지 않고 일방적인 훈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교사폭력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폭력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남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서 남교사는 학생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체벌할 수 있는 교사폭력의 주체가 된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은 이러한 남교사의 강력한 힘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주장과 같다.

학생을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그들의 인권을 스스로 지키도록 돕는다는게 학생인권조례의 핵심이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이 있다.

인권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학우들을 폭력으로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도 알게 된다. 이러한 이해가 쌓일 경우 학교폭력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여당과 보수단체, 서울시교육청이 거듭 주장하는 교권강화를 통한 학교폭력 예방은 단기적인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학교의 억압은 학생들의 일탈만 조장할 뿐이다. 가뜩이나 성적지상주의로 학생들의 우열을 가르는 교육환경에서 학교의 일방적인 훈도가 제대로 먹혀들 수 없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일수록 ‘교육은 백년 지 대계’라는 옛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백년 앞을 내다보아야 할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인권을 가르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상식과 교양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학생인권조례는 당장 시행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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