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각 지역구의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일찌감치 터져 나오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정계에 파란을 불러온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서초을)의 박희태 국회의장 ‘돈봉투 살포’ 폭로의 배경도 지역구 공천 경쟁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 의원은 공정한 정치풍토 조성을 위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의 측근이 자신의 지역구를 노리는 데에 적극적인 방어를 위한 자구책으로 보고 있다.
서초을 지역구는 현재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상태다. 박 의장은 박 전 구청장의 고향(경남 남해) 선배이자 인척으로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 의원으로서는 박 전 구청장이 자신의 지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나선데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20% 전략공천, 강남 직격탄
더욱이 이달 초 한나라당 공천 기준에 대한 여의도연구소의 내부문건 유출과 비상대책의원회의 20% 물갈이설이 나오면서 고 의원의 위기감이 증폭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의도연구소 문건은 현역 의원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5% 이상 높지 않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다 비대위가 전국 245개 지역구의 20%에 해당하는 49곳을 전략공천 대상지역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강남3구 물갈이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강남 3구와 양천갑(목동) 등 한나라당 텃밭 지역이 전략공천 대상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또 강남갑·을과 서초갑·을, 송파구갑·을·병, 강동구 1곳, 양천구 1곳, 분당 1곳 등 10개 지역구의 현역의원을 전부 물갈이해야 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의 ‘돈봉투 살포’ 폭로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야권 총선연대 지분 따라 희비교차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 후 본격화할 야권 총선 출마자 공천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전 지역구에 단일후보를 내세운다는 방침에 따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연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48개 지역구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예비후보들이 대거 선거관리위원회 등록을 마친 상태다. 야권으로서는 총선연대에 따른 각 당의 지역구 배분과 후보자 공천 등 2중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11일 현재 야권의 예비후보 등록은 민주통합당을 제외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출마희망자 사이에도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8개 지역구 대부분에 복수의 예비후보가 등록, 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략공천이 예상되는 송파병 지역구는 민주통합당 4선 출신 정균환 전 김대중대통령 특보단장을 비롯, 7명의 예비후보가 몰려 당내 최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관악갑 지역구도 민주통합당에서만 유기홍·채상현·한광옥·임종천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이들 예비후보는 당의 공천심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서울이 29개 지역구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고 진보신당은 5개 지역구에 예비후보자가 나섰다. 결국 야권은 최소 서울지역구 29곳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의 공천 조율을 거쳐야 한다. 특히 각 당의 조율 이전에 당내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