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로 본 서울의 교육기관과 지식, 혹은 지인知人
GIS로 본 서울의 교육기관과 지식, 혹은 지인知人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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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작하는 자기계발, 자기 무지의 깨달음으로부터…

1위 자기계발. 어느 취업정보사가 직장인들에게 물었다. 응답자의 54.6%가 새해 이루고 싶은 일로 자기계발을 꼽았다. 2위는 외국어 공부(42.5%), 3위는 규칙적 운동과 건강관리(41.9%), 4위는 승진, 연봉인상(41.2%), 5위는 연애, 결혼, 출산(31.7%)이다. 자기계발을 위한 가장 간단한 실천은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선택하고 외국어 학원에 수강신청 하는 것이다.

IMF 의 충격은 10년을 넘겨 2007년 출판시장에도 막강하게 작용했다.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가 서점가를 주도했다.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30대에 자산 100억을 모은 성공신화가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다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거대 글로벌 기업이 파산하고 주가는 폭락했다. 일찍 일어나고 재테크의 노하우를 공부하는 것으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삶의 근본을 다룬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서적들의 판매고가 급속히 올라갔다.

대한민국에서 배움의 열풍은 과거제도 이후 고시제도까지 1000년 동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힘으로 전쟁의 폐허를 딛고 50년 만에 세계경제 10위권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배움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확률게임의 도구가 된지 오래다. 어떤 고등학교, 대학교, 학과, 시험, 직장에 소속되는 것이 더 높은 확률일 것인지 그 경로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공부를 권하는 진정한 이유

왜 공부하는가? 어느 날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앞으로 환경미화원이 도로주변을 쓸며 지나갔다. 젊은 엄마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말한다. ‘봤지? 공부 못하면 저런 사람 되는 거야!’ 젊은 엄마의 말은 세상살이의 씁쓸한 이치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보다 열 배 부자에 대해서는 헐뜯고, 백 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사마천의 ‘사기’ 중 ‘화식열전’의 한 대목이다.

부자란 정말 어떤 사람들일까?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 던진 질문과 조언을 소개한다. 부자란 바로 부를 늘리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더 이상의 부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부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부를 지키고 이전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더 이상 부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기업 총수는 부자가 아니지만 지리산에서 토굴을 파고 들어앉아 면벽수도 하는 스님은 부자일 수 있다.

그래서 재테크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더 이상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의 총량이 얼마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신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개념이라는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남이 얼마를 가졌든 상관없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목표를 먼저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 돈의 노예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의 총량을 알려면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과 수동적 지식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온 신입사원에게 사업계획을 짜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보고서는 A4용지 20장이 넘을 정도로 두툼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이나 독창적인 생각은 없고 인터넷 검색 능력과 짜깁기 실력만 발달된 것 같다고 담당팀장은 평했다. 학벌,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은 화려하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한 창의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등 알맹이는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사업을 조사해 발표하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조별 토론을 시켰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고 남의 아이디어를 비판하는데 열중하더란다.

외국석학들의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국내 대학에 초빙되어 강의하고 있는 해외석학들에게 한국연구재단이 의뢰한 설문결과, 학생들이 자주 질문하는지 묻자 6.9%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외국 학생들과 비교할 때 한국학생들이 더 적극적인가 물었을 때 2.3%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책에 적힌 지식을 벗어나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데 근본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2011년 8월 영국축구 명문구단 ‘아스널’로 박주영이 이적했다. 안타깝게도 박주영은 아직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아스널 2군 감독은 “박주영은 훈련 때 시키는 건 잘하는데 그 외에는 눈에 띄는 게 없다”고 평했다. 이 이야기를 직접 전해들은 윤정환 감독은 “공격수는 A라는 공격시도가 안 되면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벽에 부딪혀도 계속 한 곳만 판다. 그렇다 보니 아스널감독이 결국 박주영 선수를 기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키는 것을 뛰어넘는 공부가 필요하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창의적 능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학교와 학원에서 배우는 공부의 목적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있지 않다. 자신의 안위와 불안한 미래를 위해 동기부여된다. 공부란 다 너를 위한 것이고 남들도 기를 쓰고 하고 있으니 참고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할 인고의 대상이요 경쟁의 도구이다. 평생 즐기며 해야 할 공부, 남과 나누어서 더 즐거운 공부가 아니다. 자칫 지겨운 반감의 대상이자 삭막한 무한도전으로 전락되기 쉽다. 배우는 사람이 배움에서 가장 확실하게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개똥지빠귀와 노벨물리학상

저 새가 뭔지 아니? 저건 개똥지빠귀라고 하지. 자. 너는 저 새의 이름을 알았다. 그런데 이름을 다 알았다 해도 너는 저 새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단다. 이름만 아는 것과 진짜 아는 것은 차이가 있단다. 아빠와 아들의 대화내용이다. 아빠의 직업은 옷을 만드는 회사의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그의 아들은 나중에 과학자가 되었다. 사십 년이 지나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의 이야기다.

당신에게 노벨상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BBC 방송국 기자가 물었다. “노벨상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요. 뭘 보고 주는 상인지. … 그건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거예요.(웃음) 나는 명예를 싫어합니다. … 나는 이미 그 전에 상을 받았어요.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상은 없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는 그 짜릿함,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런 것이 진짜 상이라고 파인만은 강조했다.

양자전기역학을 이론으로 정립시킨 공로로 그에게 노벨상이 주었다. 중년의 아들은 노벨상의 영광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자신이 상을 받게 된 가장 확실한 배경은 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숲 속을 산책한 덕분이라고. 자신의 저서 ‘발견하는 즐거움’에서 과학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물리학을 하는 것은 노벨상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파인만은 강조했다. 그건 재미를 위해서라고. 세계를 똑딱거리며 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기쁨을 위해서라고.

공자의 마지막 직업

공자 는 아버지와 산책할 기회조차 없었다.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더구나 어릴 때 어머니마저 잃었다. 아버지는 노나라 지방 관리였으나 집안은 몰락하여 평민이나 다름없었다. 공자의 첫 직장은 노나라 귀족가문의 창고담당과 가축 관리인이었다. 보잘것없는 월급쟁이였다. 51세에 지방 관리인 중도재(中都宰)와 토목 담당인 사공을 거쳐 나중에 대사구(大司寇)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공자는 노나라 관직을 내놓고 16년 동안 유랑했고 그의 마지막 직업은 사설학원 원장이었다.

그가 유랑을 택한 이유는 쓸 만한 일자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위나라에 도착한 공자는 훌륭한 권력자를 자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자 했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제 값을 쳐줄 좋은 상인을 기다리고 있다.” 공자가 일자리 그 자체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명분이 있는 일에만 능력을 발휘’하여 문명으로서 예법의 정치를 구현하고 싶었던 공자의 꿈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성과가 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신을 맞추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길을 나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16년의 유랑을 마칠 무렵, 그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선택한다. 정치에서 교육으로, 권력자의 특별자문역에서 젊은이들을 키워내는 일로 관심이 옮겨간다. “돌아가자, 돌아가! 우리 젊은이들이 씩씩하고 싱싱하니… 앞으로 올 사람이 지금 사람보다 못할 것을 어찌 알겠는가?” 현실정치를 벗어나 교육자로서 덕을 키워주고 힘껏 가르치는데 주력한다. 말년의 공자에게 자로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늙은 사람들을 편안히 해주는 것, 벗 사이에 믿음을 지키는 것,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끌어안는 것”이라 답했다.

누구에게든 배우리라

공자 가 말한 최고의 지식은 지인(知人) 즉,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다. 그 지식을 얻는 출발점은 자신의 무지(無知)를 깨닫는 것이다.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알기에 배움에 마음이 열리고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배우고자 한다면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다고 가르쳤고 공자 스스로 제자에게서 배우는 것을 몸소 실행에 옮긴다. 가르치려 할 때 더 많이 배우고 그것을 즐길 때 행복하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공자가 제자 안회를 두고 자공과 나눈 대화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안회와 비교할 때 “너나 나나 안회만 못하지.” 공자는 스스로를 낮추었다. 공자는 제자로부터 배우는 겸양의 자세를 자공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배움에 대해서 “나와 함께 가고 있는 사람이 둘 있다면 그중에서도 나는 스승을 찾을 것이다.” 좋은 점은 본받고 나쁜 점은 자신에게서 고치려 애쓸 것을 권장한다. 공자는 도대체 어느 대학을 나왔고 누구에게서 배웠는가? 자공은 “그분은 배우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 귀퉁이를 짚어줬는데 다른 세 귀퉁이를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말을 되풀이해 줄 생각이 없다.” 공자는 배움이란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마음에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난다고 설파한다. 배움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일은 ‘한 모퉁이에 빛을 던져주는 것’일 뿐, 그 빛을 통해 각자가 더 잘 보고 스스로 그 빛을 제대로 이용하도록 독려했다. 자신은 전해주는 사람이지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온전히 자신을 위한 공부

우타가와 도요쿠니(歌川豊國)는 96세에 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했다. 오사카의 야간 고등학교는 93세에 입학했다. 고교시절 내내 ‘모든 것이 재미있어 한눈을 팔 틈이 없다’며 축제와 소풍도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 강의실의 맨 앞자리가 그의 지정석이다. 졸업하면 100살이 넘지만 내친 김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박사학위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가 96세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80세가 넘자 문득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세계가 좁다고 느껴지더란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무지하다는 것뿐이다.” 그가 대학공부를 시작한 이유였다. 공자가 공부를 택한 이유와 같다.(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1999. 4. 24)

2010년 77세의 조재구 할머니는 경인여대 관광일본어과 10학번이 되었다. “공부 못하고 힘든 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고, 실력이 닿는 데까지는 사회에 봉사도 하고 싶어요.” 왜 대학생이 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그녀는 1학년 1학기에 일본어 듣기 시험에서 C학점을 받았다. 다른 과목은 모두 A 아니면 B학점이었다고 한다. 너무 분해서 휴학하고 일본어 학원을 다녔고 작년 가을에 복학했다.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며 중국어와 영어도 공부할 것이고 취업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파인만이 말한 공부의 즐거움을 실천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생과 IQ 145 이상의 여자 영재아 총 300여 명을 72년간 추적·분석한 보고서의 주제는 행복한 노년에 관한 것이다. 그 중 배움에 관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당신의 자녀에게서 무엇을 배웠습니까’라는 질문을 제시했을 때 성취도가 낮은 연구 대상자들은 대부분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곤 했다고 한다. 그들은 결국 자녀들이 자기들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하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한 70대의 여성은 자녀들에게서 ‘삶에 대한 참신한 관점, 즉 우리는 모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이 보고서 ‘행복의 조건’은 그녀가 깨달은 그 단순한 진리 속에, 바로 만족스런 노년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담겨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희망과 용기를 내면화할 수 있는 자질, 그것이 바로 만족스런 노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파인만은 발견의 즐거움을 쫓다 노벨상을 받았다. 남루한 사설학원 원장으로 삶을 마감한 공자는 수천 년이 지나 수많은 제자들이 따르는 스승이 되었다. 큰 스승과 노벨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96세에 대학공부를 하거나 70대에 한글을 배워 시집을 내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배움의 보상이 즐거움과 보람에 있다면 그것이 노벨상감이 아닐까 싶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Le Clezio)는 작가의 소임은 아픈 사람들에게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편두통을 주는 것이라 했다.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세상이 직면한 문제를 알리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라고. 새해 자기계발의 출발은 골치 아픈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의 근본을 붙들고 해답을 찾아보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배운다. 어린 아들에게서도 배우고 회사동료들로부터 배우고 신문에서 배우고 신호등 앞에서도 배우고 싶다. 조금 배운 것이 있으면 더 나눠 함께 배우는 것으로 한 해를 꾸며보고 싶다. 나의 새해계획 1번은 자기계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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