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공동구매 모범업체, 알고보니 '담합'
교복 공동구매 모범업체, 알고보니 '담합'
  • [뉴시스]
  • 승인 2012.01.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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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부정행위까지, 교육당국 '무관심'도 일조
▲교복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동구매 사업체와 일부 학교가 담합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3년 전 교복 공동구매 모범사례로 화제가 됐던 서울 지역 교복 공동구매 연합회가 교육당국의 무관심속에서 사실상 '담합'구매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동안 영등포 지역 16개 중고등학교의 교복 공동구매를 맡고 있는 교복 공동구매 연합회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감사내용에 따르면 이 교복 공동구매 연합회는 다양한 교복 업체로부터 입찰을 받아 가장 적합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 1곳만 선정해 교복을 다 같이 구입하는 공동구매 방식이 아니라 응찰한 교복 업체 4곳과 사전에 가격을 협의한 뒤 이들 회사 모두와 공급 계약을 체결, 사실상 '담합구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시교육청은 밝혔다.

교복을 구매할 때는 단가표에 공급 희망가격을 기재한 후 사후 조작을 방지할 수 있도록 스카치테이프를 부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그러지 않았으며 3개 학교에서는 공급가액을 지우고 다시 쓰는 등의 입찰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영등포 지역 중고교 20개교와 남부교육청에 대해서 직무유기, 관리부실 등을 이유로 '기관 경고' 처분을 내리고 본청 관련부서에는 업무 개선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교복관련 본청 주무 부서를 학부모 지원팀이 있는 미래인재교육과로 변경토록 권고했다.

문제의 이 연합회는 지난 2009년 영등포 지역 11개 중고교의 각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모여 결성된 단체로 대형 교복업체의 교복 가격을 대폭 내려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범 사례로 부각돼 왔다.

시교육청은 이후 연합회가 영등포 지역 20개 중고교 중 16개교가 참여하는 등 세력이 확장되면서 교복 공동구매를 위한 정보 교환의 범위를 넘어 교복업자들과 담합해 일선 학교의 교복 공동구매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 학교의 경우 교복 공동구매 절차를 거쳐 13만6000원에 입찰한 교복 업체를 최종 낙찰업체로 선정하고 계약하려 했으나 해당 업체가 연합회 및 대형 교복업체 4개사와 14만원으로 협의했으니 자신들도 4000원을 올려달라고 주장, 결국 이를 수용하는 일도 발생했던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일부 학교에서는 공동구매를 위해 실시한 제품 및 업체 평가를 통해 교복 공급가격 최저가와 최고가 입찰 업체를 가려냈지만 연합회는 오히려 최고가 제시 업체에게 더 높은 가격 평가 점수를 부여해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시교육청은 지적했다.

이와관련, 연합회 위원장은 "교복 가격이 너무 낮으면 업체가 망할 수 있어 최저가 업체는 안 된다"고 시교육청 관계자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해 2월 당시 연합회 공동대표였던 A씨는 자신이 이사로 활동하는 장학회 계좌를 통해 교복업체 대리점 사장으로부터 24만원을 기금 명목으로 송금 받았으며 위원장 B씨는 교복업체 4개사 대리점 사장들을 패스트푸드점 등에 불러 교복 가격을 협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장 B씨 등이 교복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거나 금품을 수수했다는 등의 민원도 접수됐지만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원도 아닌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교육청이 수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감사팀은 이같은 교복 담합구매가 사실상 교육당국의 무관심과 방조 속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감사팀 관계자는 "교복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A, B씨는 학교와 지역교육청 등에 공동구매 절차 등에 대해 공개했지만 학교와 지역교육청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그들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연합회는 자신들의 행위가 사실상 '담합'이나 적합한 공동구매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 채 몇 년간 공동구매를 진행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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