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Map으로 본 설날 서울과 대한민국 풍속도
GIS Map으로 본 설날 서울과 대한민국 풍속도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1.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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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음식 준비 변천사 따라가 보는임진년 우리의 설날

설빔의 패션변화

1936년생 김인자 할머니는 은진 송씨의 어느 종갓집에 시집왔다. 1960년대 그녀는 설빔을 직접 준비했다. 옷감은 흑석동 재래시장에서 샀다. 설빔은 최대한 예쁘게 만들었으며, 비단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김인자 할머니는 먼저 시부모가 설빔을 만들고 나면 남편과 자기 옷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린 두 아들을 위해 설빔을 만들었다. 설빔으로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를 만들었다.


1970년대 김인자 할머니는 어린 자녀들의 설빔을 한복 대신 서양 옷 한 벌씩(잠바, 셔츠, 티셔츠 등) 준비했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설날에 한복을 입히고, 여자들은 일 때문에 세배할 때만 한복으로 갈아입도록 했다. 1990년대 들어 김인자 할머니네 가족구성원들은 할머니에게 세배할 때만 한복을 입었다. 한복은 일 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 때만 입었다. 한복은 할머니가 사줬지만 92년 이후 한복은 어린 손주들만 입었다. 손주들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한복을 입지 않았다.


김인자 할머니의 막내며느리에 의하면 1997년 시집 왔을 때 본인을 제외하고 한복을 입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2007년 설날에는 송씨 종가의 남자들은 설날에 깨끗이 양복을 입고 여자들은 가사(家事)를 위해 편한 평상복을 입었다.

설날 장바구니의 변화

1960년대 김인자 할머니가 30대였을 때, 설 준비는 보름 전부터 시작했다. 냉장고가 없어서 잘 상하지 않은 음식을 먼저 사고, 빨리 상하는 음식은 설 전날 샀기 때문에 보통 설상을 준비하기 위해 흑석동 재래시장으로 3~4번 장을 보러 다녔다. 그때 재래시장 바깥에 큰 도매상회가 많아 거기에서 일년간 직접 지은농산물을 팔고 그 돈을 보태 제사용품과 음식거리를 구입했다. 그녀는 주로 버스를 이용해서 장을 보러 다녔다.

당시의 차례 음식은 떡국, 무나물, 두부적, 소고기적, 탕, 다식, 약과를 준비했고 과일은 밤, 사과, 배를 마련했다. 엿기름을 따로 직접 고았으며 제사용 술은 따로 샀지만 동동주는 직접 담갔다. 직접 쌀가루 반죽으로 만두를 빚고 보쌈과 돼지갈비찜을 준비했다.

1970년대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차례음식과 설음식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때도 장보기는 보름 전에 시작되었다. 여전히 냉장고가 없어서 3~4번 시장에 가야 했다. 잘 상하지 않는 음식을 먼저 사고 쉽게 상하는 음식은 설 전날에 구입했다. 아들들이 크면서 이때는 흑석동 시장에 같이 나가게 되었다. 하루 중 몇 번 없던 버스 대신 다행히 새마을 버스가 생겼다.

평상시 집안 농사도 돌봐야했던 김인자 할머니는 종갓집 며느리로서 10촌 친척까지 방문할 것을 대비해 음식을 준비했다. 설날 음식은 모두 종가부담이었다. 그녀가 준비했던 음식은 다양했다. 전류로는 호박전, 동태전, 동그랑땡, 녹두전이 있었고 동태를 빼고는 모두 자신이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했다. 그 외에 무, 고사리, 도라지를 샀고 두부적, 어적, 육적을 만들기 위해 두부, 소고기, 조기를 구매했다. 과일을 샀고 숙주나물, 밀가루, 엿기름, 정주를 구매했다.

1980년이 지나 장보기는 설 1주일 전에 하게 되었다가 90년 초반에는 설 3일 전에 하게 되었다. 그 사이 집에 수도가 들어오고 가스가 설치되었다. 냉장고도 들어왔다. 가장 중요하게는 1993년 큰며느리가 운전면허를 따서 자가용을 이용했다. 설 용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흑석동 재래시장은 잘 가지 않는다. 주로 가는 시장은 가장 가까운 ‘농수산물 도매시장’이었다. 가격도 싸고 모든 식료품을 한꺼번에 구입해 무료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을 이용했다. 설음식 비용은 25~35만 원 가량 들었지만 3형제가 나눠서 부담했고 장남이 조금 더 냈다.

설음식준비의 변천사

1960년대 김인자 할머니는 보통 보름 전부터 설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엿을 만든 후 다식과 약과를 만들었다. 엿기름과 밤을 찌고 비벼야 했기 때문에 이틀이나 사흘 밤을 새야 했다. 그 다음에 나박김치를 만들었다. 콩을 맷돌로 갈아서 두부를 만들었다. 섣달이 되면 돼지를 잡았고 시아버지는 산에 가서 꿩과 토끼를 사냥해서 왔다. 모든 설음식은 시어머니가 주관했다. 온 마을에서 송씨 문중 여자친척들이 도와주러 오기도 했다.

1970년대 들어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설 메뉴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가짓수가 줄고 쌀가루반죽 대신 밀가루로 만두를 빚었다. 시아버지 입맛 대신 김인자 할머니의 친정에서 즐겨먹던 음식이 많이 늘어 잡채, 오이, 도라지, 낙지무침, 조갯살 무침이 추가되었다. 할머니의 고향은 서해바다를 끼고 있는 경기도 시흥이었다. 그녀는 1959년 가마를 타고 시집을 왔다.

1990년대에 들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은 큰며느리, 부산며느리, 막내며느리, 큰손녀와 할머니의 막내딸 모두 다섯 명으로 늘었다. 며느리 간에 역할분담이 되어 큰며느리는 떡국, 나물볶음, 제사용으로 올릴 탕, 나물, 식혜를 준비한다. 부산며느리는 그나마 부침개는 만들기에 동그랑땡과 전만 굽는다. 어린아이가 있어 많은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이전에 없던 메뉴로 맛살 꼬치전, 참치회가 추가되었다. 전 요리를 위해 거실 바닥에 신문을 깔고 위에 큰 전기프라이팬을 이용한다. 전을 부칠 때 가장 예쁘게 나온 것을 제사상에 올리도록 따로 보관하고, 약간 탄 것을 식구끼리 먹었다. 김 할머니는 요즘 설 준비는 옛날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07년 들어 음식준비는 이틀 전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상은 체홀로바 안나(Tchekhlova Anna)가 2007년에 발표한 한국학중앙연구소의 논문 ‘한국 설날의 민속지·광창마을의 송씨 가족을 중심으로’를 참고했다.

스마트한 이동전략

설빔과 설음식 그리고 차례와 성묘가 중심이던 설풍경은 ‘스마트’와 ‘휴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2년 설 연휴 기간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은 3154만 명이며 설 당일(1월 23일) 647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조사는 2011년 12월 하순 전국 6800세대를 대상으로 전화설문으로 진행되었다.

설 연휴가 시작되면 온통 화제의 중심은 ‘언제 출발해서 어떤 길을 따라 고향에 갈 것인가’에 집중된다.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고민의 중심은 ‘언제 출발해서 어떤 길을 타고 원래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로 집약된다. 방송은 시간대마다 서울부터 주요 지방도시까지 소요시간을 보도하기 바쁘다. 기자들은 헬기를 타고 고속도로 상공을 누비며 실시간으로 교통 혼잡을 보도한다.

귀성객이 선택할 교통수단의 81.4%가 승용차, 버스 13.8%, 철도 3.8%, 항공기와 여객선이 각각 0.6%와 0.1%로 조사되었다. 고속도로별로는 경부선 34.4%, 서해안선 15.1%, 중부선 10.9%, 영동선 8.4% 순이었다. 올해도 귀성객들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지략을 펼칠 전망이다. 교통방송을 DMB 화면으로 틀어넣고, 보수석의 가족은 스마트폰을 켜놓고 실시간 교통정보에 따라 시시각각 최적거리가 변경되는 네비게이션을 활용할 것이다. 심지어 한국도로공사가 제공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요 구간의 교통상황을 CCTV로 확인할 것이다.

그뿐이랴, 소셜 네트워크를 가동해서 실시간으로 궁금한 상황을 묻고 대답할 것이다. ‘스마트’한 정보공유는 어느 휴게소가 만차이고 어디가 한가한지, 그나마 빨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어느 주유소가 10원이라도 더 저렴한지 알려줄 것이다. 이제 중앙교통본부의 일방향성 교통정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쌍방형성 정보에 의해 재조정될 것이다. 실시간 네트워크의 흐름에 따라 전국 교통상황이 그때그때 새롭게 만들어져 나갈 것이다.

역귀성도 늘고 있다. 작년 설날 전남 나주에 사는 노부부는 자식들이 끊어준 표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설을 보냈다. 한국도로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설을 앞두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역귀성한 차량이 50만 여대에 달했다고 한다. 자식들이 모두 이동하는 것보다 부모들이 움직이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한 취업포탈에서 2012년 설 명절 귀성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396명 중 18.9%가‘가족과 친지들이 역귀성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것도 일종의 ‘스마트’ 이동 전략인 셈이다.

휴식 또는 부담

올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예약한 사람은 24만 명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가 7개 국적항공사를 대상으로 예약현황을 확인한 결과다. 작년에 비해 17%가 늘었다. 1999년 5만4000여 명과 비교하면 약 5배가 늘어났다. 설 연휴 해외여행은 신풍속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모처럼 가족친지들과 만나는 행복감(68.3%)도 크고 풍성한 먹을거리(11.5%)를 즐기며 영화, 콘서트, 체험행사(10.3%)를 기대한다고 했다. 동시에 약 40%는 부모님 용돈, 선물비용, 세뱃돈과 용돈 등 경제적인 부담을 토로했다. 한 설 더 먹는 것에 대한 부담과 수많은 의무감을 강하게 느낀다는 응답도 높게 나왔다. 명절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다.

설 연휴가 끝나면 5000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문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조사했다. 응답자의 35.9%가 청년실업을 1위로 꼽았다. 양극화(20.1) > 사교육비(19.3) > 저출산(13.7) > 의료비(5.0) > 주거비(4.8)등 국민들의 걱정순위가 나열되었다. 20대는 청년실업(47.7), 30~40대는 사교육비(28.4), 50~60대는 20대 자녀들의 부모세대로서 청년실업(40.7)을 각각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시, 한 그릇의 떡국 앞에서

설 연휴 내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설 연휴에 아예 고향집을 찾지 못할 사람들을 생각한다. 북녘이 고향인 사람, 해외 근무 중인 사람, 주머니 사정으로 연휴를 건너 뛸 사람, 도서관에서 시험 준비하는 사람, 가게 문을 열어 장사를 해야 하는 사람, 기차를 운전하거나 소방서를 지켜야 하는 사람, 응급실에서 환자를 맞아야 하는 사람, 밤새워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병이나 사고 등으로 자리를 떠난 가족들을 생각한다. 식구가 늘어난 가족, 빈자리가 늘어난 가족, 혼자인 가족들을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훈훈한 것들과 쓸쓸한 것들을 돌아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채워주지 못한 것과 오히려 내가 앗아간 것들에 대해서도 되돌아본다.

설빔과 설풍속의 변천 속에 각자 삶의 풍경도 변해왔을 것이다. 어릴 때는 세뱃돈은 세고, 십대에는 점수를 세고, 이십대에는 친구 머리수를 세고, 삼십대에는 조금 번 돈을 세고, 사십대에는 월말 나갈 돈을 세고 있다. 잠시 설날 속의 수많은 장면들과 얼굴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올해도 다시 김이 올라오는 하얀 떡국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엔 무엇을 세야할 것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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