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이 시인의 길
김사이 시인의 길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01.2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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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이

남대문 시장에 들어선다
한 줄 바람이 스친 듯 땅거미가 덥석 내려앉았다
직선으로 쫙 내리뻗은 중앙 통로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으면
한낮 햇살보다 더 밝은
상품들은 시위하듯 넘쳐났다
먹고 싸우고 흥정하고 즐기는
이 길 위에 안에
내가 갈 길도 들어 있으니,
잠깐 구경한다고 한눈을 파는 사이
헝클어진 길 안에 어둠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뛰었다
제 살 깎아가며 길은 실핏줄처럼 좁아지고
하나뿐인 길이면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사람길
서로가 비껴서 막고 있어
혼자서는 나아가지 못하는
알 수 없는 생(生)이라는 길

작품출처 : 김사이(1971~), 계간『문학청춘』2011 겨울호

■ 설 쇠기 위해서 장에는 다녀오셨는지요. 물가가 여간 비싼 게 아니어서 사실, 장에 가는 것이 어지간히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장을 보지 않고 설을 쇨 수는 없겠지요.

흥성흥성 북적북적한 설 대목장 구경꺼리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겠지요. 중구 남대문 동쪽에 위치한 남대문 시장은 ‘남문안장’ 또는 ‘신창(新倉)안장’이라고도 불렸다지요.

부디, 이번 설 명절에는 우리네 크고 작은 전통재래시장이 “하나뿐인 길이면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사람길”이 되어 흥성거리면 좋겠습니다. 설 잘 쇠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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