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서화의 중심 ‘소호’와 ‘해강’
한국 근대 서화의 중심 ‘소호’와 ‘해강’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2.0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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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17>

한국의 현대미술은 서양미술의 아류쯤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장과정에서 보고 누려온 환경적 요인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문화권인 일본이나 중국 현대미술을 보자면 그들은 자국의 예술품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 각자 자신의 민족성을 소중히 여기는 숨겨진 뿌리를 느끼게 한다.

▲ 해강 김규진, 월하죽림도 10폭 병풍. 19c~20c

1915년 조선시대 묵죽(墨竹)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화풍을 개척해 ‘서화연구회’를 창설, 현대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해강 김규진(1868-1933)이다.

젊은 시절 죽사(竹士)라는 호를 사용할 만큼 대나무에 빼어났던 고암 이응노에게도 해강의 화풍은 현대화 노력으로 이어졌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은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사군자(四君子)로 불리며 군자의 품성이자 지식인의 표상을 나타냈다.
▲ 해강 김규진, 소호 김응원 합작 묵죽도. 19-20c

난(蘭)은 산속에 홀로 피어 ‘남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구하지 않는 향기로운 삶’이라는 의미로서 군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대나무는 곧게 자라 한겨울도 거뜬히 버티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군자의 절개와 동일시된다.

묵란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독자적인 경지를 이룬 소호 김응원((1855~1921)은 예서와 행서에 능했다. 석란도 형식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가늘고 단아한 경향은 후대에 ‘소호란’이라 불리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석파 이하응의 난법에 강한 영향을 받아 유사한 화법을 보이기도 한다.

사군자는 동양회화의 중요한 뿌리를 고스란히 담아낼 뿐만 아니라 소재의 상징성, 역사성, 여백과 먹의 흑백 묘미 등에서 현대적 조형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탄탄한 근간을 이룬다.

또한 전체를 위해 내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도량, 나설 때 나아가고 물러설 때 물러나는 태도 등 사군자가 상징하는 군자의 덕성은 어수선한 오늘 날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군자의 모습은 지도층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이며 반드시 가져야 할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소호(小湖)와 해강(海岡)의 난죽(蘭竹)展>
■2월 19일까지. 학고재 갤러리 본관
■02-720-1524
해강 김규진, 월하죽림도 10폭 병풍. 19c~20c
해강 김규진, 소호김응원 합작 묵죽도. 19-2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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