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겨울에 거니는 고궁산책
‘쨍’한 겨울에 거니는 고궁산책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2.04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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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발자취 남은 궁궐의 참모습, 조용한 전각마다 옛 정취

겨울 추위가 매섭다.
서울의 겨울은 북악산을 넘어 광화문광장을 통해 도심에 깔리는 북풍에 얼어붙는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창덕궁 돈화문 앞까지 이르는 안국동 일대는 그래서인지 다른 거리보다 더 춥다.

이 거리는 다름 아닌 조선 왕조가 600년 이상 자리잡아온 서울의 고궁 거리이기도 하다. 서울 안에서도 유난히 춥게 느껴지지만 처음 경복궁을 세운 태조 이성계에게는 고향인 함흥에 비하면 매우 따스했을 수도 있다.

이번 겨울, 이런 상상 속에 서울의 고궁 산책을 해보는 것도 좋다. 겨울 고궁은 다른 계절에 비해 ‘쨍’한 맛이 있다. 마치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평양냉면과 같이 깔끔하고 똑 떨어지는 맛이다. 고궁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데다 다른 계절보다 맑게 느껴지는 공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다 정월대보름이 겹쳐 창덕궁 뒤쪽 북촌 일대에서는 절기에 맞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런 고궁 산책을 아무 때나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서울시민의 특권이기도 하다. 경복궁은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추천에 따라 자리를 정하고 정도전이 창건한 서울의 중심이다.

조선이 서울을 도읍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이 궁궐을 세웠기 때문이다. 광화문앞 육조 거리는 현재 외교통상부와 세종문화회관, 미 대사관, 정보통신기술부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경복궁을 안고 있는 북악산에는 청와대가 들어서 있다. 여전히 서울의 핵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부로 남은 셈이다.

정문인 광화문을 거쳐 홍례문, 근정문을 지나면 근정전이 자우 문무백관 품계석을 거느리고 있다. 이를 지나면 사정전, 강년전, 교태전 등이 차례로 나온다.

또 국가적인 연회를 베풀었던 경회루는 눈 쌓인 겨울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경복궁은 얼마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방송 사극 ‘뿌리깊은 나무’의 주요 무대로 선보이면서 더 낯익은 고궁이 됐다. 창덕궁은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한 고궁이다.

조선 3대 왕인 태종이 즉위 5년만인 1405년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어 동궐이라고도 불렀다. 조선의 가장 많은 왕이 거처한 곳으로 임진왜란으로 불탔으나 광해군이 다시 지어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조선의 정궁으로 사용됐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과 인정문을 거치면 인정전이 나온다. 인정문은 왕의 즉위식이 열리던 곳으로 연산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순조, 철종, 고종 임금이 여기서 즉위했다.

서울의 경복궁과 창덕궁은 겨울에 더 특별한 정감을 주는 산책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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