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사람의 도시’로 만들 뉴타운 출구정책
서울을 ‘사람의 도시’로 만들 뉴타운 출구정책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2.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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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시작한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1300여 개 뉴타운·재개발 구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10곳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뉴타운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연 셈이다. 해당 구역 주민들 가운데 10~20%가 반대의견서를 내면 해제 여부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610곳 가운데 대부분이 뉴타운으로 부풀려진 거품을 뺄 수 있다. 뉴타운 조성에 따른 집값 폭등에 기대를 걸고 융자를 얻어 돈을 쏟아 부은 일부 투자자들은 막심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시민은 5년 전 40㎡(12평)짜리 빌라를 6억5000만 원에 산 뒤 그동안 이자비용만 2억 원 가까이 부었다고 한다. 차일피일 조성을 미루던 해당 지역이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될 경우 12평짜리 빌라 가격은 반동가리가 될 게 분명하다.

또 일부 보수 언론이 들고 나온 뉴타운 해제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뉴타운 해제시 조합이나 추진위 해산 비용 등 매몰비용을 누가 책임지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자체 예산이 부족하고 뉴타운 정책은 정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국고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은 이처럼 장애물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환영할만 하다.

뉴타운 정책은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작했다. 강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이었다. 먼저 은평·왕십리·길음 세곳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개발에 따른 집값 상승이라는 기대에 강북 주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 주민들은 입장에 따라 갈라섰고 전세나 월세 입주 서민들은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했다. 무엇보다 살던 집을 부수고 고층 아파트로 짓기만 하면 수억, 수십억이 굴러 떨어진다는 일확천금의 기대가 시민들의 의식을 마비시켰다.

이런 와중에 서울은 투기꾼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작은 집을 갖고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산다는 ‘집’은 사라지고 100을 들이면 1000이 된다는 투기 대상만 남게 됐다. 도시 전체가 병들어 가는데도 아무도 이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30명이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면서 ‘타운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뉴타운은 한나라당에게 부메랑이 될 공산이 커졌다.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인과응보로 보는 게 합당하다.

집을 집답게 만들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앞으로 서울시가 할 일이고 정치권이 나서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서울을 다시 돈이 아닌 사람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이번 조치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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