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강 신 혜 예비교사
시각장애인 강 신 혜 예비교사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2.05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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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말로 손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예비 국어교사인 그는 축하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합격 축하 전화를 한 것이다. 선생님 뿐만 아니라 대학 친구들도 소식을 듣고 먼저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친구의 임용 고사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서이다.

강신혜 씨는 이번 서울시 2012학년도 중등교사 임용고사 국어교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국어 교사의 꿈을 이룬 것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씨는 일반계 학교로 발령 받을 예정이다.

시각장애인 1급인 강신혜 씨에겐 자료 부족, 쉽지 않은 공부 여건 등 여러 가지가 쉽지 않았다. 또 임용고사 재수는 그에게 몇 배 힘들게 다가왔다. 그러나 꿈을 위해 남들보다 2~3배 더 노력해서 합격할 수 있었다.

“학원은 멀기도 해서 잘 다니지 않고 도서관도 산만하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주로 집에서 인터넷 강의 등을 보고 한 권의 교재를 여러번 반복해서 봤어요. 특히 대학 때 교수님이 챙겨준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강씨는 교재를 반복해 공부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시각장애인용 교재가 따로 나와 있지 않아 시험 자료를 시각장애인용 점자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1개월 길게는 수 개월이 걸려서 다른 이들처럼 충분한 교재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서울의 복지관에 되는 대로 연락해서 점자책을 마련했다. 특히 봉천동에 있는 실로암복지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한다.

강씨는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게 많이 나와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 씨는 요즘 기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동료 교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잘 가르칠 수 있을지, 또 동료 교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기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랜시간 준비했으니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강 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각이 약하니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먼저 다가가서 손도 잡아주는 등 청각과 촉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강 씨 자신이 학창 시절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보고 국어교사의 꿈을 키웠듯 어른들의 ‘롤모델’ 같은 역할을 중요시한다.

“학원 폭력의 문제도 어른들을 보고 배우는 데 어른들의 잘못이 있어요. 가해자에겐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잘 보살펴서 학교로 돌아오고 자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 씨는 처음에 학교에 부임하면 먼저 길을 익힐 생각이다. 그리고 동료 교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커피 한 잔을 마실 생각이다. 이건 오랫 동안 꿈꿔온 교사로서 첫 출근의 ‘로망’이다.

어릴 때부터 잘 가르친다는 말을 들어, 오래 꿈꿔온 준비된 국어교사 강 씨의 수업 시간에 커피향 같은 향긋한 소통의 향기가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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