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식물-숭배의 식물, 개암나무
마법의 식물-숭배의 식물, 개암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9.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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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35]

 

▲ 개암나무.   ⓒ송홍선

옛날 어느 공주는 늘 얼굴을 비단으로 가리고 다녔다. 때문에 그 누구도 공주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공주의 시중을 드는 시녀들은 어느 날 아침 화장을 할 때에 문틈으로 들여다보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시녀들 중 한 사람이 아름다운 공주의 얼굴을 보는 순간에 ‘아’하는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그 때문에 시녀들은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공주는 시녀가 죽을 때에 튄 피가 얼굴에 묻어 지워지지 않았다. 그 후 공주는 그 얼룩으로 고민하다 병이 들어 죽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는 개암나무가 자라났다. 그래서 개암나무의 잎은 붉은 무늬점이 생겼으며, 열매는 공주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단다.

또한 ‘혹부리 영감과 도깨비 방망이’의 전설에도 개암나무의 열매가 나온다.
옛날 커다란 혹을 가진 영감은 약초를 캐다 날이 저물어 한 초가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도깨비가 찾아와 그들의 방망이로 땅을 치며 ‘금 나와라, 은 나와라’라고 말할 때마다 금과 은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까 배가 고파서 개암나무 열매 한 알을 입에 넣고 힘껏 깨물었다. 열매 깨무는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은 마침내 대들보 위에 숨어 있는 영감을 발견하였다.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들에게 들키자, 꾀를 부려 자신의 혹을 노래 주머니라 속이고 도깨비들의 방망이와 바꾸기로 약속하였다. 그래서 혹부리 영감은 혹을 도려내는 체 하다가 도깨비 방망이를 빼앗고 집으로 달려와 큰 부자가 되었단다.

이러한 전설을 가진 개암나무는 유럽에서 이용이 많다.
개암나무는 옛날에 점치는 막대기로 사용하였고, 곡물을 지켜주거나 벼락을 물리치며 열병을 고치고 가축을 악마로부터 지켜주는 나무로 여겼다.

영국에서는 개암나무의 가지와 잎으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면 행운이 찾아드는 것으로 믿었다.
유럽에서는 부활절 직전의 금요일 전야에 이 나무를 잘라 그 가지로 적의 이름을 외우면서 힘껏 때리면 멀리 떨어진 적이 고통을 당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될 때에 신은 개암나무 지팡이로 물을 때려 새로운 동물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그 후 이 나무는 신성시되었다.
▲ 개암나무.   ⓒ송홍선

개암나무의 열매는 헤이즐넛(hazelnut)이라 부른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유가 많이 들어 있으며, 눈을 밝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열매는 행운과 다산성을 상징한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는 결혼식 때에 개암나무 열매를 담은 바구니를 신부에게 준다. 게다가 신혼부부에게 개암나무 열매를 던지기도 한다. 옛날 로마에서는 신랑이 열매를 하객들에게 던졌다. 속칭 개암나무 부인이라 하면 생명과 다산성에다 자기 갱신의 표상으로 가주되었다.

개암나무는 사랑과 성과 행복과 관계되었다. 독일의 심리학자 아이그레몬트는 1909년에 개암나무를 ‘사랑에 대한 가장 중요한 마법의 식물이면서 숭배의 식물’이라 하였다. 사람들은 열매가 흔히 2개씩 모여 달리기 때문에 여기에서 한 쌍의 결합에 대한 상징으로 보았다. 열매싸개에 들어 있는 2개의 열매를 남자와 여자가 함께 여는 일은 아주 특별한 사이로 생각하였다. 서유럽의 전령관들은 공인된 명예 휘장으로 개암나무를 지니고 다녔다.

꽃말은 화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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