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한 이목을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한 이목을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2.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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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19>

대추, 사과, 감, 호박, 고등어, 무, 오이, 고무신… 시골생활에서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 그리고 밥상위의 수저가 작품의 소재가 되고 부엌의 낡은 도마나 소반이 작가의 캔버스가 된다.

작가 이목을(李木乙). 그는 ‘나무에 앉아 있는 새’라는 이름으로 개명까지 함으로써 경북 청도 산골마을 아뜨리에 삶의 환경을 통째로 옮겨놓는다. 일상생활 속 사물을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형상으로 그려내며 사진에 가깝게 재현을 해내지만 작품명을 살펴보면 ‘空’- (비어있음)이다.

▲ 고요-자반_oil_on_wood_2001.

빡빡머리에 레옹을 연상케 하는 안경의 비범한 외모에서 수도승 같은 인상을 주지만 불교신자는 아니고 오히려 기독교 성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2005년 뉴욕으로 떠나기 전까지 작가인상, 작업실, 작품분위기 삼박자가 너무나 잘 맞는 화가였다.

2년 여 타지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현대적인 감각과 조형성에 기반을 두고 채움과 비움을 더 부각시키고 나무 캔버스의 과감한 변형을 시도하며 극사실 소재 중 대표적으로 사과, 대추 형상을 천착해왔다.

그러던 중 젊음 날의 고된 생활에 잃었던 한쪽 시력 때문에 나머지 한쪽 눈만으로 극사실의 극치에 매달려왔던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다. 그만 붓을 놓으라고.

1년간의 잠수 끝에 또 다른 ‘이목을’이 ‘SMILE’이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가지고 나타났다. 화풍이 극단적으로 변화하여 새로운 작가의 등장으로만 알았지만 그 속에는 고통을 보약으로 여긴 작가의 신념이 해탈의 경지로 승화돼 녹아있었다.

내면적 고통으로 인해 시각예술의 회화작업 인생이 끝날 수도 있지만 ‘웃음’이라는 최고의 명약을 얻게 된다. 변화된 은은한 파스텔 계통의 다양한 컬러의 쓰임 또한 눈 두 개, 입하나, 세 개의 간략한 획으로만 이루어진 웃음 진 표정으로 대중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려준다.
▲ smile-11034.acryli on canvas. 2011.

행복하고 애잔하고 만족하고 밝고 치열하고 슬프고 화나고 아쉽기도 한 수백 가지의 웃음은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고, 긍정의 메시지로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웃음이 30배 더 증가한다고 한다. 상대방의 감성에 공감해 웃기 때문에 웃음은 관계를 가깝게 하는 접착제이기도 하다.

본인의 절망적 현실을 긍정적인 운명으로 바꾸어 태어난 ‘SMILE’시리즈는 삶의 여유를 잃은 현대인에게 미술이 주는 강력한 변화의 원동력이 되줄 것이라 여겨진다.

■ 이목을 <SMILE>展. ~ 3월 19일까지. 암웨이 갤러리. (031-786-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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