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소음도 먼 서울의 산동네 '개미마을'
재개발 소음도 먼 서울의 산동네 '개미마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2.1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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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5가지 테마 벽화 물결, 자녀 손잡고 주말 나들이

서울은 개발의 도시다.
사시사철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를 짓기 위한 터파기와 철제기둥 박기 소음이 그치지 않는다. 두어 계절만 지나면 새 건물이 뚝딱 만들어지고 곧바로 번쩍이는 시설이 들어선다.

이런 서울 한복판에서도 시간이 멈춘 듯 40여 년 전 골목 풍경을 지우지 못한 곳이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의 산동네 개미마을이다.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를 나와 7번 마을버사를 타면 불과 20분 만에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제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전형적인 산동네는 주민들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한다고 해서 개미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부분의 주택은 70~80년대 지어진 모습 그대로 골목 어귀를 지키고 있다. 이 마을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 2009년. 서대문구와 금호건설이 마을 가꾸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그해 여름 성균관대, 건국대, 추계예대, 상명대. 한성대 등의 미술전공 학생들이 마을을 화폭삼아 한 점 한 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남긴 벽화는 ‘환영’, ‘가족’, ‘자연 진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이라는 5가지 테마 51점의 작품이다.

이런 마을 벽화는 종로구 이화동과 멀리 통영 동피랑마을 등이 유명하다. 홍제동 개미마을은 사진 동호회원들에게 일부 알려졌지만 시민들에게는 아직 낯선 동네다. 벽화마을로 알려지기보다 연말연시 기업이나 단체의 이웃돕기활동 무대로 간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다가오는 봄, 하루가 다르게 넓게 퍼지는 햇살을 맞으며 마을 꼭대기부터 천천히 걸어 내려오며 골목골목의 벽화를 구경하는 나들이길로 안성맞춤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이 마을을 거닐며 이웃의 의미를 알려주고 함께 사는 세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면 산교육이 저절로 된다.

특히 날이 더 풀리면 마을 곳곳의 텃밭을 일구는 부지런한 주민들도 만날 수 있다. 거대도시 서울의 이웃 시민들의 또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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