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과 느림의 미학 ‘마이클 케나’
흑백과 느림의 미학 ‘마이클 케나’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2.2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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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20>
▲ Fifty Fences, Taisetsu, Hokkaido, Japan, 2004.

아름다운 제주 서귀포의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생명평화의 마을로 지키고자 많은 주민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많은 분들이 애쓰지만 무법천지가 되어간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4·11 총선공약으로 공사 중단이 내세워지기도 하지만 이 같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와 국가공권력에 의한 절차 무시 속에 수녀님까지 단체로 강제 연행되는 거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떠오르는 사진작가가 있다.

영국의 사진작가인 마이클 케나 (Michael Kenna·1953~)는 지난 30여 년간 유럽, 일본, 중국 등지의 나무와 풍경사진을 철학자적 관점에서 담아오고 있다. 2005년 이후 한국의 풍경 또한 직접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수묵화처럼 잔잔하게 보여준다.

2007년도 한국방문 당시 LNG기지 예정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찾아갔다. 작은 섬이 경제적 이익만 앞세워 개발로 이어지기 직전 외국작가의 살아있는 작가정신과 시각으로 아름다운 솔섬의 사진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빛을 발해 모든 사람의 생각을 한순간에 바꾸는 부드러운 ‘감성해결사’ 역할을 한 것이다.

마이클 케나의 작품은 때로는 연필로 스케치를 한 듯, 그윽한 수묵화를 그린 듯한 느낌으로 여백의 미를 살리며, 또한 부드러움 속에서도 마음속에 은은한 친밀감을 자아낸다.

인문학과 판화, 사진 등을 두루 공부하며 한때 신학교를 다니기도 한 작가의 철학적인 영성이 뒷받침 되었기에 명상적인 느낌이 읽혀지는 것이다. 작품촬영 시 10시간이 넘는 장노출을 한 채 마주한 풍경을 담기도 하며 깊은 생각을 끝에 마음이 통할 때 셔터를 누른다.

▲ Huangshan Mountains, Study 1, Anhui, China, 2008.

그렇게 필름으로 담은 사진은 또 직접 손으로 인화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아날로그 사진만을 고집하기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매우 작은 8×10인치로, 관객이 가까이서 풍경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현대미술의 유행을 쫓는 스펙터클함보다 친밀감과 형이상학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장식적인 것을 배제하였다.

법정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의 배경이 된 이유도 삶의 여정에서 숨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과 그 속에서 차분해 질 수 있는 힘을 나누어주기 때문이었다.

작품은 대부분 이른 새벽의 시간에 촬영된 것이다. 신비롭고도 경이롭고 정적이 깃든 고즈넉한 풍경은 인간이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즈음 평창프로젝트로 다시 한국의 자연미를 보여준다고 한다.

■ 고요한 아침 Tranquil Morning 展.  ~ 3월 18일까지.
공근혜갤러리 (TEL. 02-738-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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