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의 달인 강용석, 제 발등 찍은 박 시장 아들 병역의혹 부풀리기
고발의 달인 강용석, 제 발등 찍은 박 시장 아들 병역의혹 부풀리기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2.26 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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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공개검진, 병무청 제출 MRI 일치 판정
▲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 씨의 공개검진 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서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아래 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무청 제출 MRI 사진이 본인 것이 맞다는 재검사 결과가 나왔다.

주신 씨는 22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검사 형식으로 MRI 사진을 찍어 의료진의 일치 판정을 받았다.

의혹을 제기했던 강용석 무소속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4·11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세브란스병원 윤도흠 교수 판정결과= 주신 씨는 이날 오후 2시 병원에 도착해 40여 분간 MRI를 촬영했고, 의료진 3명이 1시간 뒤 곧바로 6층 교수회의실로 올라와 판정 결과를 밝혔다.

이날 발표에는 척추 분야 전문가인 윤도흠 신경외과 교수가 직접 100여 명의 기자들에게 설명하였다. 윤 교수는 신경외과 분야 가운데 척추신경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로 꼽힌다.

윤 교수는 “디스크의 의학적 명칭인 ‘추간판 탈출증’ 방향이 지난해 12월 (병무청 제출용으로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촬영한 MRI 자료와 세브란스병원에서 촬영한 자료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척추뼈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에 균열이 생기면 약한 부위로 수핵이 튀어나와 척추 뒤쪽 신경을 누르는 형태가 나타나는데 두 MRI 자료에서 보인 추간판 형태가 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의원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피하지방 두께에 대해서도 “같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등쪽의 피하지방이 3㎝를 넘는데, 이는 체중 90㎏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의 두께로 박 시장 아들은 고작 70㎏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두 MRI 자료의) 피하지방 두께가 약 30㎜, 즉 3㎝로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강용석 주장과 경과= 이에 따라 그동안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던 강용석 의원(무소속·마포을)은 병원 판정이 나오자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강 의원은 지난 1월 “박 시장의 아들이 대학 졸업 후 공군에 입대했는데 4일 만에 귀가 조치됐다”며 공식적으로 비리 의혹을 제기한 뒤 의혹 수위를 높여가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그는 지난달 주신 씨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제보하면 현상금을 주겠다며 논란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반향이 커지지 않자 지난달 27일 현상금을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이달 2일에는 500만 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감사원에 병무청에 대한 감사까지 요청했다. 그러다 지난 14일 주신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필름이라며 이를 공개하자 일부 언론이 부풀려 받아쓰기를 시작하면서 사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강 의원은 “MRI 속 주인공은 피하지방 4㎝의 비만증세에 중증 디스크 환자”라며 “173㎝에 61㎏의 마른 체격인 주신씨의 필름일 리 없고 필름이 바꿔치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다 한석주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지난 18일 감사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MRI 필름은 상당한 비만체형의 것으로 박 씨의 체격에서 나오기 불가능하다. (강 의원의 주장처럼) MRI 필름이 바꿔치기 됐을 것”이라고 주장해 사건을 부풀렸다. 또 전국의사총연합도 “MRI의 주인공은 비만체형의 30~40대로 20대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 적극 대응=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초 강 의원의 주장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살리기 위한‘노이즈 마케팅’으로 치부,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사태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확대되자 MRI 공개촬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 의원의 거듭된 의혹 제기로 당사자인 주신 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도 재검을 결정짓게 한 것으로 보인다.

◇강용석 책임 어디까지= 결국 공개 재촬영에서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해소됐으나 박 시장과 가족들이 입은 피해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당사자와 국민들게 사과드린다”는 말로 그 동안의 무책임한 의혹제기를 털어버렸으나 박 시장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을 통해 “아들의 MRI 촬영 결과 그간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병역의혹은 완전한 허구이고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임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며 “명예 훼손에 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박 시장은 강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한 것과 관련, “영원히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밖에 강 의원은 자신이 공개한 주신 씨의 MRI사진 출처를 밝혀야 할 책임도 면할 수 없다. 강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수경로에 대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입수했으며 경로는 밝히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직자 가족의 공식 자료를 어떤 방법으로 입수했느냐는 문제는 박 시장이 제기한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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