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서울 '박성우 의 Poem Essay'
詩로 읽는 서울 '박성우 의 Poem Essay'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03.04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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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이병룡

 

 

 

 

 

포옹

인사동에서
모임 장소를 찾고 있는데
어느 젊은이가
“꼬옥 안아드려요 Free Hugs”
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있었다
그는 전생에 풀밭에 사는 소였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풀섶에 피어 있는 들꽃이었을지 몰라
꽃들은 제아무리 예뻐도
서로 포옹을 할 수 없기에
소가 긴 혓바닥으로
들꽃을 감싸 안아주었듯이

가슴을 내주지도 않고
두 팔로 끌어안지도 못하는 나는
소의 발에 밟혀 시들어버린 들꽃이었거나
쇠똥벌레의 입에 물려가는 들풀이었으리라

모임을 마치고 헤어질 무렵
누군가 포옹을 해주길 바랐는데
사람들은 막차를 잡으려 어디론가 달려갔고
등 시린 소 한 마리 혼자서
텅 빈 골목을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작품출처 :  이병룡(1955~),  『2012 내가 뽑은 나의 시』

■ 겨울이 참 길었지요. 드디어 3월입니다. 아직은 여전히 춥지만 마음만큼은 스프링처럼 통통 튀어 오르는 봄.  추운 계절 건너느라 고생했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싶은 3월입니다.  이병룡 시인처럼 저도 가끔 인사동에 나갑니다. 대부분의 경우 식사 약속이 있어서 인사동엘 가고는 하는데,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나가서 화랑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아참, 인사동은 조선시대 중부 관인방(寬仁坊)의 ‘인(仁)’자와 대사동(大寺洞)의 ‘사(寺)’자를 취하여 지어졌다하네요. 모두 모두 꽃 피는 3월, 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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