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긴 줄 서서 옛맛 그리는 ‘을지면옥’
실향민 긴 줄 서서 옛맛 그리는 ‘을지면옥’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3.04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평양냉면 3대 계보 , ‘평뽕 ’마니아도 생겨

날이 풀리는 봄부터 매일 점심시간마다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식당이 있다. 놀랍게도 긴 줄을 이룬 대부분의 손님들은 70대 내외의 노인이 대부분이다. 북쪽 고향 맛을 그리는 실향민들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있는 ‘을지면옥’ 풍경이다. 한겨울을 빼고는 점심시간마다 줄을 서야만 냉면 한 그릇 맛볼 수 있는 평양냉면의 ‘지존’ 가운데 하나다.

‘을지면옥’은 이른바 ‘의정부 평양면옥 계열’이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서울의 3대 평양면옥 계보로 ‘의정부 평양면옥’, ‘장충동 평양면옥’, ‘우래옥’ 등을 꼽는다.

‘의정부 평양면옥’은 의정부에 뿌리를 두고 3자매가 서울의 필동면옥, 을지면옥, 강남 평양면옥을 열었다.
‘장충동 평양면옥’은 장충동에서 시작, 강남 논현동 옛 을지병원 뒷골목과 분당에 각각 분점을 두고 있다.
을지로 4가 뒷골목에 있는 우래옥도 대치동에 분점을 낸지 오래다.

이 가운데 을지면옥에 노인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유는 다른 곳보다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평양냉면은 처음 한 두 번 먹어보고는 제 맛을 알기 어렵다. 별다른 조미를 하지 않고 양지 등을 푹 삶아낸 육수는 밍밍하기 그지없다. 새콤 달콤한 육수에 길들여진 입맛으로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몇 차례 먹다보면 은근한 감칠맛과 구수한 메밀향,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에 중독된다.

이 때문에 일부 젊은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평뽕’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메밀을 재료로 하는 평양냉면은 햇메밀이 나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제철이다.

냉면을 겨울음식이라 한 것도 옛날 메밀 수확이 끝난 뒤 겨우내 국수를 내려 먹었기 때문이다. 저장시설이 발달한 요즘에는 여름까지도 구수한 메밀향을 보존한다.

■ 을지면옥: 02-2266-7052
■ 가는 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 환승역 5번 출구 바로 앞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