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게 사랑이었고 희망이었고 하느님이었고 무조건적인 이해심이자 베풂이었다…”
“시는 내게 사랑이었고 희망이었고 하느님이었고 무조건적인 이해심이자 베풂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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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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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당신을 부르며 살았다》《하늘의 맨살》

[출판저널=정윤희 기자]

“누가 나보고 사랑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요? 그 모든 만남의 시간을 다 합쳐보아도 며칠이 되지도 않고, 손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눈만 마주치고 미소만 나눈 것뿐이었는데. 누가 정말 사랑해보았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정직한 대답이 될까요.”(99쪽,《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시는 내게 사랑이었고 희망이었고 하느님이었고 무조건적인 이해심이자 베풂이었다…”고 고백하는 마종기 시인. 그는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50년 동안 발표한 시 가운데 50편을 고르고, 각각 얽힌 사연을 수록한 시작(詩作) 에세이《당신을 부르며 살았다》에 담았다. 처음 해부용 시체를 마주하고 느낀 삶과 죽음의 경계, 처음으로 꽃을 피우는 꽃나무처럼 순수하고 떨리던 젊은 날, 그 말하지 못한 모든 이야기들, 먼 타국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환자들, 장남이 되어서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임종, 외로운 이민 생활을 함께 견디며 살다가 무장강도에게 목숨을 잃은 동생을 향한 그리움 … 거친 인생의 전기를 맞을 때마다 그의 상처를 다독였고, 많은 이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위로가 되어준 50편의 시와 이야기를 만난다.

20대 후반에 이 땅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일구면서 오로지 시작(詩作)을 통해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달래온 시인은, 그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석 달 동안의 귀국으로는 모국어 쓰는 것만도 송구”스러운 심정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썼고 이를 다시 시집으로 묶어냈다.

《하늘의 맨살》은 그의 열두 번째 시집으로, “경계인의 촉각”과 “비극적 생의 장엄함”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출했다는 상찬과 함께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파타고니아의 양> <디아스포라의 황혼> <국경은 메마르다> 등을 비롯해 전작《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06) 이후 발표한 총 51편의 시들로 채워져 있다.

<출판저널 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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