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정치판에서 노정객의 은퇴를 보며
욕망의 정치판에서 노정객의 은퇴를 보며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3.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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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많은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가장 심각한 병을 앓는 사람은 선거의 주인공인 후보자다. 대부분의 국회의원 후보는 이미 ‘원내’로 지칭하는 ‘여의도 물’을 먹어보았거나 첫 출마자도 오랫동안 출마 준비를 해온 인물이다.

이들 후보는 설사 당선자와 큰 표차로 떨어지더라도 선거캠프의 왁자한 열기를 잊지 못해 다음 총선 출마를 넘본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누구나 ‘국민을 위한 헌신’과 ‘무한 봉사’,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정치 구현’ 등을 내세우게 된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 또는 정치 지망생들의 면면을 떠들어보면 이같은 구호가 얼마나 얄팍한 허울인지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심지어 의정활동 중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다 여당에서 출당조치 된 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억울해서 나왔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의 억울함은 개인차원의 문제 제기라는 좁은 틀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국민이, 막대한 혈세로 충당하는 선거비용을 들여, 하루 일까지 접어둔 채 뽑아야 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이런 사례는 멀리 충북의 어머니 고향에서 출마를 벼르는,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동생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장은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구에서 자유선진당의 공천을 원했으나 새누리당과의 관계 등을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육영재단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박지만 씨와 소송전을 벌여 왔고,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는 지난 2월 박 위원장을 비방한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박 총장의 출마도 결국 친언니에 대한 개인적인 한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이런 부적절한 ‘욕망의 정치’와 뚜렷이 구별되는 사례도 있다.

자유선진당의 서울진출 교두보로 중구에 공천된 조순형 의원은 8선 도전의 꿈을 스스로 접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앞선다고 믿는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사람의 도리는 선친인 고 조병옥 박사와 역시 중구에 출마하는 정호준 민주당 후보 가문과의 인연을 팽개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는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이다. 또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도 고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로서 조 의원과 무관하지 않다.

어른의 마음으로 30여 년의 정치인생을 선뜻 접는 조 의원과 ‘욕망의 정치인’들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19대 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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