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너머 풍경, 김장섭
풍경 너머 풍경, 김장섭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3.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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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그대로의 재현’이라는 사진의 기본 역할에는 관심이 없는 사진가. 아니, 1970년대 한국 모더니즘 미술에 개념적 충격을 제공한 아방가르드 그룹 ‘ST’ 멤버로 활동한 예술가 김장섭.

▲ From Landscape 2005-2009. 55x150cm.

40여 년이 넘게 이어온 작가의 작품을 보자면 탄탄한 이력이 프레임 안팎에 배어 나온다. 그는 사진에 앞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회화 수업에 천착해 왔다. 전통적인 동양화를 오랫동안 익히고 홍대 서양화과를 진학했다.

대학시절, 재학 중인 1974년 국전에 입선하며 이른 나이에 작가로 데뷔했다. 전위적인 감각과 기량을 갖춘 청년작가는 당시 유일했던 ‘제1회 석남미술상’의 수상자이기도 하다.(1981년)

김장섭은 한국에서 전통과 모더니티가 충돌할 즈음 작품활동을 전개했다. 이런 국내 미술계의 조류 속에 그의 타고난 감각은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평범한 사물에서도 문제의식을 이끌어내는 시각은 다양한 조형작업을 통해 커다란 흔적으로 남게 됐다.

회화와 입체, 사진과 드로잉 등 장르 간의 벽을 넘나들었으며, 15년간 조형적 세계를 펼쳐왔다. 그러다 1990년 이후부터는 새로운 도전인 사진시대를 펼치기 시작했다.
▲ 안면도,1997,Cibachrome print,100×150cm

풍경을 담지만 ‘풍경의 외적인 아름다움’에는 무관심한 작가, 두 프레임 연속쓰기는 사진의 시간과 회화의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을 드러낸 장치라고 말한다.

평면으로 보이는 회화와 사진에 3차원의 시간개념을 입혀 전혀 새로운 시각을 이끌어낸다. 그런 김장섭의 사진에서 단순히 앵글 안에 담긴 풍경만 본다면 극히 일부만 읽어내게 되는 셈이다.

작가가 그려낸 시간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시간 그 자체를 작품을 창조해낸 프로세스로 보는 것이 작가의 모던한 의식을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진지한 작품 읽기가 감상자의 정확한 시각일 것이다.

■ 김장섭 사진전. ~4월 8일. 금산갤러리(서울). 02-3789-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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