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겼지만 향이 좋은 과실, 모과
못 생겼지만 향이 좋은 과실, 모과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0.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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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41]

모과나무의 이름은 목과(木瓜)에서 유래한다. 목과는 ‘나무에 열리는 참외’라는 뜻이며, 모과나무의 열매는 노란빛으로 익으면 크기와 빛깔이 노란 참외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모과나무 열매를 보고 4번 놀라고 꽃을 보고 한 번 놀란다고 말한다. 첫째는 모과 열매가 너무 못생긴 과실이어서 놀라고, 둘째는 열매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라고, 셋째는 과육(열매살)이 먹기에 불편하고 맛이 좋지 않아서 놀라며. 넷째는 한약재로 많이 쓰는데서 놀라고, 다섯째는 꽃이 너무 아름다워 놀란다는 것이다.

▲ 모과나무 꽃줄기. ⓒ송홍선

모과나무는 사실 분홍색으로 피는 꽃이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밋밋하고 갈황색의 광택이 있는 나무껍질도 보기에 좋다. 열매는 모양이 울퉁불퉁해 불균등하고 속이 대부분 석세포로 돼있어 먹기에 좋지 않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는 말은 모과 열매가 못생긴 것을 풍자한 것이다. 그러나 열매는 빛깔이 좋은 노란빛이며 향기가 강한 점이 특이하다. 선조들은 문갑이나 책상 옆에 놓아두고 향기를 즐겼다. 요즈음은 그 열매를 승용차에 놓아두어 향기를 즐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모과나무와 관련한 전설도 재미있게 전한다. 옛날 공덕을 많이 쌓은 어느 스님이 외나무다리를 아슬아슬하게 반쯤 건너가고 있었다. 이때 맞은편에는 큰 뱀이 외나무다리를 감고 있으면서 건너오는 스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님은 외나무다리 앞으로 가자니 뱀이 있어서 겁이 났고, 뒤로 돌아 가자니 균형을 잃어 다리에서 떨어질 것 같아 난처했다. 그래서 스님은 외나무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원했다.

그러자 바람이 없던 날씨였는데도 가지를 길게 뻗은 모과나무에서 열매가 뱀의 머리위에 뚝 떨어졌다. 놀란 뱀은 그대로 물에 떨어지고 스님은 안전하게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모과는 ‘성인(聖人)을 보호한 열매’라는 뜻으로 호성과(護聖果)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모과 열매는 우리 선인들이 예로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많이 이용했다. 모과차는 모과로 만든 차이다. 건모과차는 마른 모과를 다른 생약과 함께 달여서 그 물을 취해 꿀을 타서 마시는 것이다. 생모과차는 열매를 얇게 썰어 찜통에 넣고 찌거나 중탕을 한다.

▲ 모과 열매. ⓒ송홍선
여기에다 생강즙과 꿀을 타서 항아리나 유리병에 담아 두었다가 마신다. 이외에도 더욱 간편한 방법은 모과를 얇게 저며 꿀이나 설탕에 재운 후 항아리나 병에 넣어서 시원한 그늘에 보관하여 둔다.

그리고 항아리에 괸 즙액과 얇게 저민 열매 조각 한 두 개를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신다.

얇게 저민 모과를 그대로 달여서 먹어도 좋다. 추운 겨울의 모과차는 언 몸을 풀고 피로를 사라지게 하며 가래와 기침을 멈추게 하는 데도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애용해 왔다.

모과구이는 모과 열매에 흙을 두껍게 발라 불에 굽는 것이다. 모과는 날것으로 먹을 때는 별로 맛이 없지만 구이나 편을 하면 매우 독특한 맛과 향취가 있다.

아궁이에 묻어서 굽은 열매가 다 익으면 종이와 흙을 벗기고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모과주도 만들어 먹었다.

열매는 진해, 거담, 지사, 진통 등에 효과가 있다. 기관지염, 폐렴, 늑막염, 설사 ,신경통에도 썼다. 잎은 염증에 찧어 발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고 광택이 있어 고급 가구재로 쓴다. 때문에 허리에 차고 다니던 칼집은 모과나무로 만든 것이 많았다.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이지만 모과나무는 젊은 사람이 심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때문에 모과나무는 어르신이 심는 나무로 전해진다. 한편 꽃말은 평범, 조숙, 유혹, 유일한 사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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