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 고고한 자태의 군자, 국화
가을에 피는 고고한 자태의 군자, 국화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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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42]
▲ 국화종류 야생 감국. ⓒ송홍선

국화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1m 정도이며, 꽃은 가을에 핀다. 국화는 은군자(隱君子), 중양화(重陽花)라고도 부른다.

국화는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4군자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선인들은 가을에 국향에 취해 필묵으로 정취를 새겼고, 그 모습에서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국화를 일컬어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도 한다.

국화가 한반도에 언제 소개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때 강희안(姜希顔)이 지은 ‘양화소록’에는 고려 충숙왕 때 도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고려 가요 ‘동동’ 9월령에는 ‘9월 9일에 아이들의 약으로 국화꽃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고려 때에 국화가 널리 알려져 중양절에 국화주를 담가 먹었고 그것을 약주로 애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중양절 풍습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은 국화전, 국화만두, 국화주 등이 있다. 국화전은 깨끗이 씻은 감국의 꽃에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부치며, 국화만두는 밀가루를 물에 풀어 국화 모양의 판에 붓고 팥소를 넣어 굽는다.

국화주는 약주를 국화와 함께 넣는 방법과 곡물과 누룩만으로 빚은 술에 국화향을 넣어 빚는 방법이 있다. 국화주는 두통을 낫게 하고 눈과 귀를 맑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병을 없애는 데에 큰 효과가 있다.

▲ 국화 한반도모양전시. ⓒ송홍선

중양절에 국화주를 담가 먹는 풍습은 청양지방의 ‘각설이타령’에도 나타난다. 이 타령에는 ‘9월이라 9일날에/ 국화주가 좋을시고’라는 내용이 있고, 경북 성주지방의 민요에도 ‘뒷동산 쳐다보니/ 국화꽃이 피었구나/ 아금자금 꺾어내어/ 술을 하여 돌아보니/ 친구하나 썩 나서네’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꽃을 말린 것을 베개 속에 넣으면 두통에 유효하고, 이불솜에 넣으면 그윽한 향기를 즐길 수 있다.

그밖에 야생 구화종류인 산국 또는 감국 주변에서 나오는 샘물을 국화수라 하여 이 물은 오래 마시면 안색이 좋아지고 늙지 않으며 풍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국화는 불로장수를 가져다주는 신령스러운 식물로 여겼던 것이다. 우리의 무속에서는 당굿을 할 때에 국화를 조화로 만들어 사용한다. 당굿에 국화가 쓰이는 까닭은 장수와 번영의 선약(仙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에서는 국화가 신비한 영약이며 몸의 기운을 북돋우는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오래는 200~300년, 못해도 70∼80년을 산다는 영약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국화에 기국연년(杞菊延年), 송국연년(松菊延年)이라는 축수의 문구를 부쳐 장수화(長壽花)로서 잔칫상이나 환갑이나 진갑 등에 헌화로 많이 사용했다. 국화는 우리 고전문학, 특히 시조에서 자주 소재로 등장했다. 그 중에서 잘 알려진 것으로는 송순(宋純)의 ‘자상특사황국옥당가(自上特賜黃菊玉堂歌)’와 이정보(李鼎輔)의 작품 등이 있다.

▲ 국화 원예종. ⓒ송홍선

‘풍상이 섯거친 날에 갓 핀 황국화를/ 금분(金盆)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桃梨)야 곳이오냥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는 송순의 작품이고,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 다 지나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는 이정보의 작품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도잠(陶潛)이 국화를 사랑한 사람으로 유명한데, 그는 항상 국화를 뜰에 심어 두고 즐겼다고 한다. 또한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지은일자야(菊花之隱逸者也)’라 하여 은둔하는 선비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화가 왕실의 문장으로서 존엄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평화와 풍요, 부, 거룩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국화를 장례식 때 사용하는 이유도 망자의 평화로운 휴식을 기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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