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불법사찰’, 서울 총선판세 흔든다
[4·11 총선] ‘불법사찰’, 서울 총선판세 흔든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4.02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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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지역 15~20곳 순위 바꿀 수도, 바람 방향은 미지수
▲총리실 '민간인사찰' 의혹에 대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청와대 하명 불법 국민사찰 규탄' 집중유세가 열리고 있다.

4·11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주말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휩쓸었다. 서울 48개 선거구의 판세도 이에 따라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특히 박빙의 경합지역으로 꼽히던 지역은 후보자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난달 말까지 여야 양댱의 자체 분석과 여론조사 등의 결과를 종합하면 15~20곳의 지역구가 박빙의 승부처로 꼽힌다. 나머지 우세 지역이나 경합우세, 또는 경합 열세 지역도 순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남벨트 포함 경합지 순위변동 가능성은?

그동안 박빙의 경합지로 꼽히던 서울의 지역구는 강남벨트의 경우 ▲강동구갑(신동우 vs 이부영) ▲강동구을(정옥임 vs 심재권) ▲송파병(김을동 vs 정균환) 등이다.

강동구 2개 선거구는 강남벨트 가운데 야권 지지율이 높은데다 새누리당 현역인 김충환 의원(강동갑)과 윤석용 의원(강동을)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천에서 낙마한 지역이다.

서울의 중동부지역인 ▲용산구(진영 vs 조순용) ▲성동을(김동성 vs 홍익표) ▲광진갑(정송학 vs 김한길) ▲동대문갑(허용범 vs 안규백) ▲동대문을(홍준표 vs 민병두) ▲중랑갑(김정 vs 서영교 vs 무소속 유정현·이상수) 등 6개 지역구도 이번 사찰문건 파문 위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랑갑의 경우 김정 새누리당 후보와 서영교 민주통합당 후보, 양당 공천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정현·이상수 후보가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서영교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친노 인사로 현 청와대가 사찰문건 대부분이 참여정부 당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노원을(권영진 vs 우원식) ▲서대문갑(이성헌 vs 우상호) ▲양천갑(길정우 vs 차영) ▲금천(김정훈 vs 이목희), ▲관악갑(유기홍 vs 무소속 김성식) 등의 경합 지역구도 불법사찰 문건 영향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새누리당이 경합우세지역으로 점치고 있는 송파을(유일호 vs 천정배)도 뒤늦게 공천장을 받은 천 후보가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천 후보는 참여정부 법무장관 출신으로 ‘불법사찰’ 문건과 상대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는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겨레의 사찰 문건 분석 결과 참여정부 때 것은 모두 경찰직무감찰과 관련된 것들로 MB새누리의 불법사찰과는 성격이 판이합니다”라며 “국민을 지배대상으로만 보는 MB새누리는 더 이상 꼼수부릴 생각 말고 석고대죄해야 합니다”고 꼬집었다.

불법사찰 문건 바람 방향 예측 어려워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서울 지역구 판도를 어느 쪽으로 흔들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당초 불법사찰 문건을 들고 나온 KBS 새노조와 야권연대는 ‘이명박근혜’ 공동책임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야권에 일방적인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새누리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발빠르게 민주통합당에 특검을 제안하면서 꼬리자르기에 나서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의 차별화에 나섰다. 이어 청와대의 사찰문건 80%는  참여정부 당시 만들어진 것이란 주장을 언론에서 그대로 받아쓰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 민주통합당 후보자 선거본부에서 만난 관계자는 “청와대의 물타기 해명이 보도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른바 ‘정치권은 다 똑같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민주통합당에서는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자신도 사찰 피해자라며 이를 구태 정치와 쇄신의 양자 구도로 만들면서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통제를 받고 방송사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진행했고 고용노사비서관이 ‘대포폰’을 동원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 등 팩트가 사라지고 ‘양비론’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이번 사안이 터져 나오면서 위기감을 느낀 보수계층이 결집효과를 보이면서 경합지역의 판세를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피해자론 내세워 위기 돌파

한편 새누리당과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청와대의 ‘참여정부 작성 문건’ 주장을 내세우며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축소에 나서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31일 경기북부 지원유세에서 “민간인 사찰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라며 “저 역시 지난 정권, 현 정권에서 사찰했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 철저하게 수사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역대 정권 공동책임론을 내세우는 한편, 자신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부각, 청와대와의 선긋기에 주력했다.

새누리당은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1일 현안 브리핑을 갖고 “박 위원장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막론하고 정치 사찰과 허위사실 유포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지난 2004년 이른바 박근혜 테스크 포스(TF)팀이 박근혜 보고서를 제작했고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도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하는 등 참여정부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정동영,  “이명박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이자 머리통”

민주통합당 지도부도 이날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있었던 더러운 정치가 유령처럼 살아나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가 주도한 국민 뒷조사”라고 말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청와대가 나서서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검찰 수사를 축소한 것”이라며 “청와대 하명으로 이뤄진 엄청난 국민사찰이 보고되지 않았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민간인 사찰 중 80%가 참여정부 때 한 일이라는 뉴스를 들었는데 이는 직무 감찰과 민간인 사찰을 얼버무려 물타기를 하려는 행태”라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이자 머리통”이라며 “취임선서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던 우리들의 대통령이 우리들 모두를 감시하는 대통령이자 인권을 유린하는 대통령이 됐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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