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도 의심하고 남의 것도 뜯어보고'
'내 것도 의심하고 남의 것도 뜯어보고'
  • 이승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0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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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의 소통과 관계
▲ 이승희 (주)커뮤니케이션웍스 대표.

선거철이 되어 주변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서로 주장이 달라 예민한 이해관계도 없는데 얼굴까지 붉히는 일이 종종 있다. 때론 과했나 싶어 후회도 하지만, 한편으론 논란과정을 되짚다 견해를 달리했던 지인에게 섭섭해지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 간 견해 차이는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인지모델 혹은 의미해석의 틀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임에서 비롯된다. 이 프레임은 서로의 견해를 가르는 분계선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판단을 가능케 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다른 프레임으로 볼 수 있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아예 가려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프레임의 고집은 일상대화나 조직 의사소통의 장애가 될 때가 많다.

1971년 스탠퍼드대 짐바르도 교수는 인간행동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가짜 교도소 실험을 했다.

실험이 진행되자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마치 진짜상황처럼 감정 이입이 되면서, 가짜 교도관들은 계획에 없던 가학행위를 하고 죄수역할의 실험참가자들은 탈주계획을 모의하거나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렸다.

실험이 예상과 달리 통제 상황을 벗어남에 따라 2주 계획의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되었다. 프린스턴대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은 1973년에 신학생을 대상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했다.
 
품성 좋은 네 명의 신학생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각기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설교를 부탁했다.
그리고 정해진 각각의 장소 가까이에 다른 네 명의 학생들을 배치하여 부상을 당한 척하며 그 신학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그들 모두 설교하러 바삐 가느라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쳐버렸다. 두 실험의 결과는 상황과 역할의 프레임이 평소 인간성의 프레임을 압도함을 보여준다. 다른 실험 결과를 보자.

어떤 물건의 판매가격이 현금은 일만 원, 신용카드는 일만 천 원이라고 하자. 동일한 조건을 두고 현금으로 구입하면 천원을 할인해주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천원의 부가요금이 붙는다는 안내문을 각각 제시한다.

현금지불을 선택하는 비율은 전자보다 후자로 표현했을 때 더 높다. 같은 조건일 경우 의사결정에서 흔히 이익 프레임보다 손실 프레임이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타인 또는 조직간 관계의 증진과 소통의 원활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프레임에 대한 의문과 개방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역으로, 선거처럼 정당들이 유리한 주장 전개를 위해 또는 상대를 훼손하기 위해 치열하게 프레임 싸움을 할 땐 아주 꼼꼼히 작동 중인 프레임들과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그들의 프레임에 말려 자신도 모르게 주체적 선택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남자의 글귀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고(逐鹿者不見山) 돈을 움켜잡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攫金者 不見人)”가 유난히 와 닿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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