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안에 지어진 ‘서도호’의 집
리움안에 지어진 ‘서도호’의 집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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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도호의 '서울집서울집'.

남산아래 한남동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만든 공간에 천으로 만들어 ‘옮길 수 있는’ 투명한 한국의 집, 그리고 서양의 집들이 지어졌다. 색깔도 형형색색, 그렇지만 우아한 모노톤의 집들이 둥둥 떠돌고 있다.

서울대 동양학과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로드아일랜드에서 회화, 예일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 서도호는 이미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백남준, 이우환을 이은 세계적인 한국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서도호의 어린 시절 성북동 한옥집은 아버지 서세옥(서울대 미대 명예교수)께서 창덕궁 연경당 사랑채를 본 떠 지었다고 한다. 지금도 서울, 뉴욕, 런던에서 유목민 같은 삶을 살며 ‘나’와 ‘집단’, 그 어떤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작가는 계속 ‘집’을 탐구해오고 있다. 집에 대한 일관된 관심은 어떠한 담론이나 미학적 의미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기억 속에서 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은조사 부드러운 천으로 지어져 이동이 가능한 집은 섬세하게 손바느질로 지어져 손맛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어떠한 과장과 멋에 치우치기보다는 아주 작은 부분도 충실히 재현한 까닭에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마다 빛을 발한다.

서도호의 ‘떠도는 집’들은 서로의 관계항속에서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이야기이다. 즉 자신의 환경을 똑같이 재현하는 작업 역시 작가가 보냈던 서울, 뉴욕, 베를린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떠돌며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충돌에서 적응하며 또 다른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이 모두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지역이 다르다는 사실의 초상이며 상황과 조건에 적응해야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서도호가 추구하는 ‘완벽한 집’은 상상속의 마음을 담는 심리적 공간이기도 하고 현대인이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 관계 속에 감춰진 모든 것이 있는 상상의 공간이다. 섬세한 재현 속에 완벽한 공간을 위한 욕망을 담는다. 미완의 집짓기 프로젝트는 계속 ‘상상’ 속에서 나아갈 것이다.

■ 서도호 개인전 <집속의 집 >, 삼성미술관 Leeum. 
~ 6월 3일. 02-201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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