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옛 친구! ‘칠수와 만수’
반갑다 옛 친구! ‘칠수와 만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4.07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6년만에 5월부터 2달간 공연

폭압의 시대에 작은 숨구멍을 열었던 연극이 2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제5공화국의 서슬이 살아있던 1986년 봄,극단 연우무대에서 암울한 세상에 내놓았던 연극 ‘칠수와 만수’.

문성근과 강신일이 고층빌딩 광고물 제작 페인트공으로 출연, ‘쓰레기’ 같은 세상을 향해 통렬한 외침을 쏟아냈다.

당시 서울에서만 5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어진 지방순회 공연에서도 수많은 노동자, 청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2년판 ‘칠수와 만수’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일부 내용을 수정, 5월 4일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무대에 오른다. 예매는 이미 지난 5일부터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를 통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모순투성이 사회 되짚어

이번 ‘칠수와 만수’는 80년대 학번 세대에게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회억까지 불러일으키게 된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변화한 세상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리 변하지 않은 모순투성이 사회를 되짚어볼 수 있게 한다.

이제 40대 말에서 50대 초의 나이를 먹은 80년대 학번 세대는 대학생 또래가 된 자녀들과 함께 연극을 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눌 기회도 될 듯하다.

‘칠수와 만수’는 광화문 맞은편에 18층 짜리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갤러리 빌딩이 세워지고 ‘뉴서울예술공사’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빌딩 전체를 덮는 국내 최대의 옥외 광고물 수주에 성공하면서 시작된다.

단 일주일만에 광고물을 완성하라는 회사의 지시에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는 곤돌라 위에서 매일 12시간씩의 작업에 내몰린다.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집 나간 여동생을 찾으며, 인생역전을 꿈꾸는 칠수. 그리고 매번 대형 사고를 터트리는 형 뒤치다꺼리에 바쁘지만,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은 만수 등 밑바닥 인생의 표본인 이들은 위태로운 곤돌라 위에서 대한민국의 ‘막장’ 현실을 조롱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장난삼아 빌딩 꼭대기 철탑 위로 올라간 칠수와 만수는 마음 속의 분노와 울분을 속 시원히 외친다.

그러다 그만 철탑 위에서 페인트 통을 떨어뜨려 도로 위를 달리던 승용차의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12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면서 빌딩 주변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출동한 경찰은 칠수와 만수를 사회 불만분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보고 회유와 진압에 나서면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시민 멘토단 100명과 ‘토크’

이번 뉴 버전 ‘칠수와 만수’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 시원시원하게 까발린다. 여기에 스티브 잡스, ‘슈퍼스타K’ 등 현재에 맞게 재구성된 시대의 아이콘을 곳곳에 배치해 재미와 공감을 더한다.

연우무대는 최근 세태를 새 ‘칠수와 만수’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2일 제작진과 시민 멘토단 100여 명이 함께하는 ‘쥐락펴락 토크’를 개최했다.

이날 제작진과 시민 멘토단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20~30대 남녀를 3포 세대라 부른다”, “대한민국 자살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다” 등 현세대와 직결된 화두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 문제를 확인했다.

연출을 맡은 유연수 씨는 이날 “연극 ‘칠수와 만수’가 표방하는 장르가 대국민 소통극인만큼, 멘토와 제작진 만난 오늘 이 자리가 매우 유익했다”며 “오늘 나온 말씀 내용들을 연극 ‘칠수와 만수’ 안에 최대한 녹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판 ‘칠수와 만수’는 송용진, 진선규, 안세호, 박시범, 김용준, 이이림, 황지영, 최현지 등이 출연한다.

■ 일시 : 2012. 5. 4. ~ 7. 8.
■ 예매 : 2012. 4. 5.~ 인터링크
■ 장소 : 동숭동 대학로 문화공간필링1
■ 가격 : 칠수석(1층) 4만 원, 만수석(2층) 2만 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