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면 누를수록 시위 느는 까닭은?
누르면 누를수록 시위 느는 까닭은?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28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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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난해 집회·시위 건수 2008년보다 크게 증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 23일)를 비롯해 금속노조 등 노동계의 총파업 집회가 5월에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 이후 각 지역별 집회·시위 증감 현황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가 전국의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데 따르면, 2008년 1만 3,171건에 달했던 집회·시위 건수는 2009년 1만 4,434건으로 9.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는 2008년 6,539건에서 2009년 7,366건으로 전국 평균 증가율을 상회하는 12.6%를 기록했고,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동원된 중대 횟수도 1만 9,413건에서 2만 415건으로 증가했다.

인천·광주·울산 등 줄어든 지역도 있지만 전체 집회·시위 건수는 늘었고 그 중에서도 서울은 큰 폭으로 증가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 전국 각 시도별 집회ㆍ시위 건수와 병력 동원 증감 현황.(자료출처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집회는 줄었는데 병력 동원은 두배 증가

지난 2008년 서울 광화문 거리뿐만 아니라 전국을 뒤흔들었던 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뜻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수백만명이, 수개월 동안 거리 곳곳을 뒤덮었던 촛불 시위 이야기다.

실제 서울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7월 집회·시위 건수는 722건으로 그해 가장 많았고 8월도 588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9년은 특정 월이 아니라 더욱 일상적으로, 더욱 많은 사안과 관련해 집회·시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2월을 제외하곤 모든 시기가 500건을 넘어섰으며 3·6·7·11·12월은 70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미디어법 처리 관련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정권 규탄 집회,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4대강 사업 반대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모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위 자료에서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진실은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 통제 역시 더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서울 등 집회 건수가 늘어난 지역에서 동원 병력이 증가한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광주·대전·충남·전남 등은 건수 자체가 소폭 증가하거나 줄었는데도 병력은 오히려 상당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0건이 증가한 대전과 200여건이 감소한 전남의 경우 동원된 병력은 2008년과 비교해 무려 2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 집회 이후 불법집회 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법 조치를 비롯한 야간집회 금지 추진 등 다양한 제재 장치를 동원해 ‘후진적 시위문화’를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집회·시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병력 동원 등 비용만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측은 “누구나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속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며, 즐거운 축제와 같은 집회를 열고 싶어한다. 정작 민주시민, 민주경찰을 ‘민주스럽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일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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