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이 신뢰의 기본이다!
편안함이 신뢰의 기본이다!
  • 이승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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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객원논설위원.

회사를 만들고 나서 꿈꿔오던 일 중 하나가 전 직원 합숙 워크숍이다. 물론 짧게 한 두 번 간 적 있지만, 업무 특성상 고객이나 언론이 쉬지 않으면 이런 행사를 쉽게 진행할 수 없어 매번 미뤄왔다. 드디어 다음 주말 전 직원이 중국 상해로 3박 4일 워크숍을 간다.

일정을 알려주는 회의 시간에 다들 약간씩 들떠 복장 준비, 가방 준비 등으로 수다를 떤다. 갑자기 방 배정으로 화제가 바뀌었다. 출발 사나흘 전에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세 번의 제비뽑기로 삼일동안의 방 짝꿍을 바꿔 정하자는 담당자의 제안에 일부는 재미있어 하고 일부는 얼굴이 어두워진다.

같이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그렇게 하자고 담당자가 정리한다. 어느 직원이 불쑥 대표도 포함되나 묻는 바람에 한 바탕 소란스러워졌다. ‘내가 그렇게 불편한 존재인가’ 싶어 좀 서운하다. 

켈의 법칙(Kel’s Law)에 의하면, 권위주의적 피라미드 조직에서 상하 간에 심리적 거리는 직급간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기업에 사원, 관리자, 임원이 있고 사원과 사원간 거리가 1이라 가정하자. 이 때 직급 차이에 의한 사원과 관리자와의 거리는 2이고, 사원입장에서 관리자와의 심리적 거리감은 4가 된다.

사원과 임원과의 직급에 의한 거리는 3이 되고 심리적 거리는 9가 된다. 직급이 한 단계씩 멀어질 때마다 심리적 거리감은 제곱으로 커져 직급 간 차이가 커질수록 점점 두꺼운 벽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부하 직원이었을 때 직급이 더 높은 상사일수록, 그리고 권위적인 상사일수록 대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했다. 그래서 되도록 대화 자체를 피하다 보니 대부분의 소통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바람에 실수도 많이 하고 서로 오해도 많아졌다.

영어에서 신뢰를 뜻하는 트러스트(trust)는 독일어로 편안함을 의미하는 트로스트(trost)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느껴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서로 의견을 나눠 신뢰가 쌓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조직에서 직급간 장벽을 낮추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리더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구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그들이 편안하게 다양한 얘기를 하고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의 전 CEO였던 짐 버크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직 중 일과의 40%를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할애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나아가 리더는 ‘경청’을 기본적으로 중시해야 함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3박 4일 동안 밀린 잠과 휴식을 취하려던 계획을 저만치 밀어둔다. 중국 대륙만큼 크게 귀를 열고 역지사지 그들의 마음이 되어보자 다짐한다. 심리적 거리가 손톱만큼이라도 가까워지길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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