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노숙인 축구단의 '해트트릭'
[구로구] 노숙인 축구단의 '해트트릭'
  • 이계덕 인턴기자
  • 승인 2012.04.23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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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주년 구로디딤돌축구단, 자활 의지 찾고 건강회복
▲ 구로디딤돌축구단 친선경기 모습[사진=구로구 제공]

한 자치구의 축구단이 노숙인들의 자활의지와 취업, 가족상봉 등 헤트트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6일 창단, 1년째를 맞는 구로디딤돌축구단의 얘기다.

구로구(구청장 이성)는 ‘노숙인들이 축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자활의지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디딤돌축구단을 창단했다. 한 해동안 디딤돌 축구단은 매주 토요일 고척동 계남근린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2시간씩 연습과 친선경기를 펼쳐왔다.

24일(화)에는 1주년 기념행사로 드래곤연예인축구단과 한 판 승부를 벌인다.

■ 취업 성과 '한 골'

디딤돌축구단의 가장 큰 성과는 자활이다. 술 없이 못살던 노숙인들이 지난해부터 축구단에 참여하면서 축구연습을 위해서 술을 줄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노숙인들은 금주의 날이 늘어나면서 단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패턴이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8명이 지역 내 공공일자리 근로자로 참여했다. 올해도 3명이 공공근로를 하고 있다. 한 명은 마을버스 운전자로 취업했다. 다른 한 명은 구로구 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후배’ 노숙인들의 자활을 도와주고 싶다며 회원으로 가입했던 ‘선배’ 노숙인 택시운전사도 여전히 열심히 택시를 몰고 있다. 디딤돌축구단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에 회원들을 취직시키는 것이다.

■ 가족상봉 '둘째 골'

취업이 해트트릭이라면 가족상봉은 결승골이다. 노숙생활을 정리하면서 가족을 다시 만난 회원들이 생겼다.

노숙인 전세주택인 오류동 자활의 집에서 혼자 생활하던 김모씨(53)는 작년 12월 수년간 헤어져 살던 딸을 데려왔다. 아내와 일찍 헤어졌던 김씨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아는 어린이집에 장기간 맡겨 두고 있었다.

또 다른 김모씨(50)도 가족을 찾았다. 한때 사업가였던 김씨는 사업실패로 노숙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현재는 가족들과 왕래하고 있으며 조만간 형제들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배우자를 만난 사람도 있다. 영등포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에서 생활하던 40대 김모씨는 디딤돌축구단에 가입 후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노숙인 쉼터에서 나와 주거지를 마련한 김씨는 현재는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예비신부와 생활하고 있다.

■ 숙소 마련과 건강회복 '해트트릭'

창단 1년 동안 5명이 노숙 생활을 정리하고 고시원 등의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술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디딤돌축구단의 코치를 맡고 있는 구청의 직원은 “처음에는 5분만 뛰어도 헉헉대고 운동을 지속하기가 힘들었지만 이제 20분 정도는 쉬지 않고 뛰며 2주간 가량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해 이들을 위해 건강검진, 취업지원 등의 사업을 펼쳤던 구로구는 올해도 인문학 교육,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노숙인들이 모두 정상적인 삶을 회복해 디딤돌축구단이 해체되면 정말 좋은 일이다”면서 “빨리 그렇게 되도록 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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