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차 버린 '구로 디딤돌 축구단'
절망 차 버린 '구로 디딤돌 축구단'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4.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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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자치구 최초의 노숙인 축구단
▲ 구로 디딤돌 축구단의 훈련 모습.

축구 동아리는 참 많지만 구로구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축구단이 있다. 바로 노숙인들로 구성된 ‘디딤돌축구단’이 그 주인공이다. ‘디딤돌축구단’은 지역의 노숙인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조직 유대감 강화, 자활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2011년 4월 26일 전국 자치구 최초로 창단했다.

축구단을 창단하고 매주 토요일 고척동 계남근린공원에서 모여 2시간씩 연습과 친선 경기를 했다. 처음에는 오랜 노숙 생활에 몸이 잘 움직이지 않고 또 술로 인해 제대로 축구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로구는 악천후만 아니면 소집해 훈련을 해나갔다.

정기적인 운동과 만남으로 처음엔 운동을 힘들어 하던 노숙인들의 건강과 생활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1년여 뒤인 지금 그 변화는 긍정적이다. 우선 술을 줄였다. 술을 줄이니 몸도 나아지고 몸이 나아지니 일할 의지와 체력이 생겼다. 작년엔 8명이 공공일자리에 참여했고 올해도 3명이 참여하며 자활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축구단원이었던 한 명은 마을버스 운전자로 취업해 축구단을 떠났고 또 한 명은 정규직 일자리 구직 활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노숙 생활을 하면서 헤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났다. 김 아무개 씨는 자활의 집에서 생활했었는데 오래 헤어졌던 딸을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사업 실패로 노숙생활을 하던 또 다른 이 아무개 씨도 축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가족을 다시 만나 지금은 자주 왕래하고 있다. 이 아무개 씨는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창단 1년 동안 5명이 노숙 생활을 정리하고 고시원 등의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며 이는 노숙인들에게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자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자활 의지를 갖은 노숙인들은 건강과 일자리, 자신감을 다시 찾았고 헤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축구단원의 감소로 이어졌다. 창단 당시 33명이었던 단원은 현재 26명이다. 그러나 이는 기분 좋은 감소이다. 더 이상 노숙인이 아닌 당당한 ‘생활인’이 돼서 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로 구로구엔 노숙인 수가 많이 감소했다. 긍정의 기운이 퍼진 탓일 것이다.

구로구는 앞으로도 노숙인들을 위한 건강 검진, 취업지원, 인문학 교육 등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다. ‘디딤돌 축구단’이 쏘는 희망·자활의 ‘골’이 시원하게 골망을 가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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