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시인 백석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4.27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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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생 시인·시조시인 기념, 5월 3~4일 열려

 - 전략 - 
눈은 푹푹 나리고 /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 일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시인 가운데 친일 시를 단 한 편도 남기지 않은 백석((1912~1995)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광복 후 만주에서 고향인 북한으로 돌아 살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서야 해금됐다.

해금 직후부터 그의 토속적인 시어와 눈과 같이 희고 정결한 시편은 문학계를 휩쓸며 많은 연구자가 등장했다. 백석과 함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조 시인 정소파(1912~), 시인 설정식(1912~1995), 시조 시인 이호우(1912~1953), 시인 김용호(1912~1973)를 기념하는 문학제가 열린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서울시 후원으로 여는 ‘2012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다. ‘언어의 보석, 어둠 속의 연금술사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문학제는 5월 3일 오전 10시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세미나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으로 시작, 4일 오후 7시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문학의 밤과 작가별 학술회의 등이 이어진다.

1912년생 문인들 가운데 백석을 필두로 한 시인들은 한국어를 보석처럼 갈고 닦아 빛나는 시어로 탄생시켰다.  특히 백석은 지금으로서는 해독마저 어려운 평안북도 사투리로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했다.많은 시를 남기지 않았으나 평단과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도 바로 그의 이같은 시어와 맑은 시정신에서 나온다.

시인 설정식은 당대로는 드물게 미국 마운트유니언대학과 뉴욕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엘리트이자 미국통이었다. 하지만 이력과는 정반대로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한 뒤 조선공산당에 가입했다. 시의 정치성과 해방기 문인·지식인들의 혼돈과 고뇌 등을 다뤘다.

문학제 기획위원장인 황광수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교수는 “이처럼 동일한 역사적 시간대에 서로 다른 길을 개척한 두 시인을 다루며 한 시대의 문학적 자장을 총체적으로 음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문학제에서는 한국 시조가 근대화 과정에서 겪은 변형과 의미에도 주목한다. 이러한 한국 시조에 대한 고찰에서는 처음으로 살아서 탄생 100주년 문학제를 맞은 정소파가 눈길을 끈다.  정소파가 시조를 쓰게 된 계기, 시작 습관, 후배들에 대한 당부 등을 담은 영상물은 5월 4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리는 문학의밤에 공개된다.

이와 함께 올해 다섯 번째를 맞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그림전’은 통인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 교보문고가 후원한다. 김선두, 오원배, 최석운 등 국내 유명 화가 10명이 백석의 작품을 형상화한한다. 이 작품들은 9~10월 중 통인미술관, 한강 선유도공원 등에 전시한다. 이 작품들을 묶어 백석 시화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각 문인에 대해 논의하는 작가별 학술행사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는 한국비평문학회와 공동으로 6월 30일 공릉동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한다.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한국 근대문학 100년을 기리자는 취지로 2001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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